2026.08.31 12:29 · 팟캐스트
하이닉스 목표가 90만원 ‘뚝’ 무슨 일이…“삼성 HBM4 심상찮다” 증권가 엇갈린 전망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반도체 애널리스트가 어떤 종목의 목표주가를 한 번에 이십칠 퍼센트 낮췄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말했어요. "HBM 시장이 끝났다는 뜻이 아닙니다."
낮춘 이유와 끝나지 않았다는 주장이 어떻게 동시에 성립하는 건지, 오늘은 그 사이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LS증권이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삼백삼십만 원에서 이백사십만 원으로 내린 건 오월 삼십일일의 일입니다. 같은 날 삼성전자 목표주가는 사십만 원에서 사십오만 원으로 올렸습니다. 두 회사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데, 방향이 완전히 반대입니다.
이 결정의 중심에는 HBM4, 즉 여섯 번째 세대 고대역폭 메모리가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HBM 출하량에서 HBM4 비중이 약 다섯 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LS증권이 산업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게 이 분기에 약 삼십오 퍼센트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한 분기 만에 일곱 배 가까이 늘었다는 이야기죠.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건 맥락입니다. 삼성전자가 다섯 번째 세대인 HBM3E를 처음 만들 때는 수율 문제가 꽤 발목을 잡았거든요. 그런데 이번 세대에서는 생산 안정성이 한층 나아졌다는 게 LS증권의 평가입니다. 초기 양산 때부터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거죠.
여기서 구도가 달라집니다.
지금까지 엔비디아 같은 주요 고객사는 사실상 SK하이닉스 한 곳에 주문을 집중해왔습니다. 다른 선택지가 마땅치 않았으니까요. 그 덕분에 SK하이닉스는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LS증권이 처음 예상했던 내년 영업이익률이 약 팔십 퍼센트였는데, 이게 현실이 됐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납품받는 쪽에서는 부담이 굉장히 커집니다. 엔비디아가 자기 이익률을 지키려면 제품 가격을 또 올려야 하고, 그 부담은 결국 데이터센터를 짓는 빅테크들에게 전가됩니다. 이미 서버 투자 예산에서 메모리 비용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거기서 더 올라가면 어느 순간 투자 자체를 줄이거나 속도를 조정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LS증권이 제시한 개념이 '골디락스'입니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맞는 온도. 영업이익률 약 육십 퍼센트라면 공급자인 SK하이닉스도, 고객사도, AI 투자 생태계 전체도 무너지지 않고 돌아갈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목표주가를 낮춘 이유가 '회사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너무 잘 벌면 시스템이 흔들린다'는 거잖아요. 수익성이 지나치게 좋은 게 리스크가 되는 상황. 어느 선을 넘으면 생태계 자체가 버티지 못하니까 그 앞에서 멈출 거라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그 선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삼성전자가 계속 점유율을 가져올수록 SK하이닉스가 혼자 누리던 프리미엄은 낮아질 겁니다. 동시에 경쟁이 생기면 가격도 자연스럽게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죠. LS증권이 '공급자 간 경쟁 구도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표현한 게 바로 이 흐름입니다.
HBM 시장이 작아진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파이는 계속 커지는데, 그걸 나눠 먹는 구조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거죠.
기억할 것 하나가 있다면 이겁니다.
앞으로 SK하이닉스 주가의 핵심 변수는 시장이 얼마나 크게 성장하느냐가 아닐 수 있습니다. 차세대 기술에서 얼마나 오래 앞서 있느냐, 그리고 주요 고객사 안에서 높은 점유율을 얼마나 지켜내느냐, 그게 더 중요해질 거라는 전망입니다.
독점이 경쟁으로 바뀌는 시점엔 항상 그런 질문이 생기더라고요. 선두에게 남은 우위가 얼마만큼인지.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