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31 09:21 · 팟캐스트
CPTPP 논의 본격 재개…농업 생산 7000억 줄지만 제조업 순수출은 수조 원 증가[Pick코노미]
정부, CPTPP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농·어업 타격 있지만 먹거리 물가 안정 기대車 등 제조업 순수출은 年 수조 원 증가 전망“CPTPP 가입 땐 공급망·경제 성장 기대”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사과 농사를 짓는 농가를 상상해 보시겠어요. 수십 년 동안 단 한 번도 외국 사과와 경쟁한 적이 없었습니다. 검역 장벽 덕분이었죠. 그런데 정부가 새로운 협정 가입을 검토하면서 그 벽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협정 이름은 씨피티피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입니다. 일본·호주·캐나다 등 열한 개 나라가 묶인 거대 무역 블록이에요. 우리나라는 아직 밖에 있는데, 정부가 다시 문을 두드리려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최근 가입 타당성을 재분석했더라고요. 사실 이미 이천이십이년에 한 차례 조사를 마쳤었는데, 사 년이 지나면서 국제 통상 환경이 크게 달라졌거든요. 그래서 다시 들여다본 겁니다.
이번 분석에서 농업 부분 숫자가 눈에 띄었어요. 가입 후 십오 년간 농업 생산액이 해마다 칠천억 원 이상 줄어들 거라는 추정이 나왔거든요. 사 년 전 조사에서는 최대 사천사백억 원이었는데, 그 규모가 크게 늘었습니다. 매년 국내 농업 생산의 약 일 퍼센트가 사라지는 셈이에요.
그런데 누가 특히 걱정하냐면, 사과 농가들이에요. 국내에서 생산되는 과일 가운데 사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사과는 한 번도 시장이 열린 적이 없어요.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씨피티피피 가입국 열한 곳이 수입 위험 분석을 신청했지만, 검역 기준을 통과한 나라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씨피티피피에 들어가면 그 압박이 훨씬 커질 거라는 겁니다.
이게 사과 농가 한 곳의 걱정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게 이 사안의 핵심이에요. 유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쇠고기는 기존 양자 협정으로 이미 관세 철폐 일정이 잡혀 있어서 추가 충격이 제한적이지만, 우유·치즈·버터 같은 유제품은 아직 개방 논의 여지가 있거든요. 낙농 농가들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뒤집어 생각해볼 지점이 있어요.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거든요. 농산물 시장 개방이 꼭 농가에게만 불리한 이야기냐 하는 겁니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이상 기후로 국내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일이 잦아지는 상황에서 외국산 농산물 접근을 막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어요. 농가의 손실은 농가의 손실이고, 소비자의 물가 부담은 별개의 문제라는 시각이죠. 같은 사안을 놓고 피해자가 두 방향으로 존재하는 겁니다.
그리고 산업 쪽에서 보면 이야기가 또 달라져요. 제조업 순수출 증가, 공급망 안정화, 신시장 개척 — 이 효과가 농업 손실보다 크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에요.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씨피티피피에 참여하지 않는 것 자체가 기회비용"이라고 했고, 이미 인도네시아·아랍에미리트·중국 등 열한 개국이 가입을 신청해둔 상태라고 산업통상부 장관이 밝혔습니다.
남는 건 이 질문이에요. 전체 이익이 크다고 해서 특정 집단의 손실이 자연스럽게 상쇄되는 걸까요. 농업계가 입는 피해는 수치로 계산되지만, 그걸 누가 어떻게 보상할지는 아직 얘기가 없습니다. 정부가 다음 달 농업인 단체들과 간담회를 열겠다고 했는데, 그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가 이 협정의 향방을 가를 것 같아요.
한 가지만 기억하신다면, 이거예요. 협정이 가져오는 득과 실이 같은 사람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 이익은 넓게 퍼지고, 피해는 좁게 집중됩니다. 그 불균형을 어떻게 다룰지가 씨피티피피 논의의 진짜 핵심입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