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31 21:59 · 팟캐스트
주택 경매, 올해에만 3만건 돌파…역대 최대 ‘경고등’
■ 8개월 만에 작년 97% 수준깡통전세 등 분쟁 탓에 급증 추세집합건물 강제 경매 1.3만건 달해고금리 여파로 임의경매도 1.8만건月평균 3890건…연말 4.6만건 넘봐낙찰률 40% 밑돌아 적체도 심화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전세 계약이 끝났습니다.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했는데, 돈이 없다고 합니다. 소송을 했고, 이겼습니다. 그런데도 돈이 없습니다. 결국 그 집을 법원 경매에 넘겼습니다. 세입자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었습니다.
지금 이 상황이 전국 곳곳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거든요.
올해 들어 이달 말까지 집합건물, 그러니까 아파트·연립·오피스텔 같은 공동주택에 신청된 강제경매 건수가 일만 삼천 건을 넘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이상 늘었고, 지난해 연간 전체 건수의 거의 전부를 겨우 여덟 달 만에 채운 숫자입니다.
강제경매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절차거든요. 임의경매와 달리, 먼저 소송을 해서 이겨야 합니다. 그렇게 판결문을 받아든 채권자가 신청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쌓이는 경매 신청 건수는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이삼 년 전에 시작된 전세사기·깡통전세 분쟁이 소송을 거쳐 이제야 숫자로 드러나고 있는 겁니다.
이 사안에서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지점이 하나 있었어요.
2010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경매 폭증이 있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이른바 하우스 푸어가 속출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은행 빚을 못 갚아서 넘어오는 임의경매가 전체의 팔십육 퍼센트, 거의 전부였거든요. 지금은 다릅니다. 지금의 강제경매 증가분 중 상당 부분은 세입자가 직접 소송을 낸 결과입니다. 부실의 진원지가 다른 거죠. 연쇄 금융 부실로 번질 가능성이 그나마 덜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하긴 어렵습니다.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이 40%를 밑돌고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세 개 중 하나만 팔린다는 뜻이고, 나쁘게 말하면 두 개는 그냥 남는다는 겁니다. 부동산이 잘 팔리던 시절엔 여덟 개 중 여덟 개가 팔렸거든요. 지금은 인기 있는 단지에만 사람이 몰리고, 나머지는 유찰을 거듭하며 계속 시장에 쌓입니다. 경매는 채무 관계를 정리하는 절차인데, 그 정리가 안 되면 결국 어딘가에서 터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입니다.
저는 이 대목이 마음에 걸렸어요. 소송을 이겼는데도 팔리지 않으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끝내 못 받을 수 있습니다. 절차를 다 밟았는데도요. 법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구간이 거기에 있는 겁니다.
오늘 기억할 것은 하나입니다. 지금의 경매 폭증은 새로 터진 위기가 아니라, 오래 쌓여온 문제가 마침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물량을 시장이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진짜 문제입니다.
전세 피해 관련 도움이 필요하시면 주택도시보증공사, HUG 콜센터 1566-9009로 문의하실 수 있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