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31 12:52 · 팟캐스트
“혼자 하기 어려운 것 함께” 한일 상의, 공급망·미래산업 협력 공동성명
일본 센다이서 양국 회장단회의최태원 “서로 많이 사고팔기 넘어더 큰 산업생태계 함께 만들어야”원유·LNG 등 에너지 상호 융통 2세 경영인 네트워크 등 논의도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센다이의 한 호텔 회의실. 한국과 일본 경제인 스물여덟 명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통역이 오가고, 서류가 쌓이고, 결국 하나의 문서가 나왔죠. 공동성명이라는 이름의 종이 한 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런 말을 했어요. "한일이 서로 더 많이 사고파는 관계로 봐서는 안 된다"고요. 그 말이 좀 남았습니다. 수십 년간 한일 경제 관계를 표현할 때 항상 나오던 말이 바로 교역 규모, 수출입 수치였거든요. 그런데 그 자리에서 그걸 먼저 걷어냈습니다.
최 회장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세계 시장이 블록으로 쪼개지고 있다. 각자의 내부 시장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그러면 한국과 일본이 서로의 시장을 넓혀주는 파트너가 되는 게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거죠. 두 나라 국내총생산을 합하면 육조 달러가 넘는다는 얘기도 덧붙였는데, 숫자보다 그 뒤에 있는 감각이 더 중요한 것 같았어요. 우리가 따로 서 있을 때와 붙어 있을 때, 크기가 달라진다는 감각이요.
이게 한두 사람의 아이디어가 아니에요. 이 회의 자체가 사십 년 넘게 이어져 온 겁니다. 처음 시작이 1985년이니까요. 그사이 양국 관계가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었는데 이 채널은 계속 열려 있었다는 거죠. 이번이 열다섯 번째 회의입니다.
일본 측 고바야시 켄 회장이 꺼낸 숫자 하나가 있어요. 지난해 한일 상호 방문자 수가 천삼백십일만 명이었다고 합니다. 2년 연속 역대 최고치예요. 그런데 그는 이걸 관광 지표로 쓰지 않고, 미래 산업 공동창출의 기반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사람이 오가는 것 자체가 인프라라는 거죠.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이번 공동성명에는 인공지능 반도체, 클린에너지, 핵심광물 공급망, 에너지 비축 같은 말들이 촘촘히 들어가 있거든요. 다 맞는 말이고 중요한 의제예요. 그런데 동시에, 지역 상공회의소 얘기도 함께 나왔습니다. 청주와 고후, 부산과 후쿠오카. 교류 삼십오주년이 된 도시 쌍도 있고요.
대기업 중심 협력이 지역 중소기업과 연구기관으로 퍼져야 한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거기 있던 사람들도 알았을 거예요. 그래서 오히려 그 발언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청년 네트워크, 이세 경영인 교류, 비즈니스 매칭. 거창한 의제 옆에 붙어 있는 작고 구체적인 것들이요.
마음에 걸리는 건 이겁니다. 좋은 공동성명이 나왔고, 좋은 말들이 오갔어요. 그런데 그다음이 항상 문제잖아요. 내년 회의는 인천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그때 이번 성명의 어떤 항목이 실제로 움직였는지 물어볼 수 있을까. 그게 진짜 질문이 되겠죠.
오늘 기억할 것 하나. 가장 큰 협력의 말 옆에, 가장 작은 교류의 제안이 함께 있었다는 것.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