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1 07:07 · 팟캐스트
고금리에…자금조달 공식 바뀐다[시그널]
■ 美 국채금리發 전략 다변화두산에너빌 3억弗 발행계획 철회외화채 차환 접고 은행대출로 선회베트남 빈그룹은 아리랑본드 추진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서류는 다 갖춰져 있었어요. 보증도 있었고, 주관사도 꾸려져 있었고. 그런데 마지막에 "안 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 이야기예요.
이 회사는 올 하반기에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달러를 조달하려 했어요. 준비까지 마쳤는데 멈췄습니다. 대신 은행 창구로 갔어요. 왜였을까요.
글로벌 금리가 올라가면서 달러 채권을 발행할 때 드는 비용이 확 불어난 거예요. IB 업계 설명을 들어보면, 대기업이라 해도 금융사 보증 없이 달러 채권을 찍으면 금리가 다섯 퍼센트대를 각오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사업을 위해 돈이 필요하긴 한데, 그 조건이 맞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찾는 거죠. 이 회사가 선택한 건 은행 대출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채권시장에서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도 있어요.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던 외국 기업들이 한국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거든요. 인도네시아 제지 회사가 올해 초 국내에서 달러를 조달했고, 베트남 제조사는 아예 원화 채권 발행을 추진 중이에요. 빅테크 회사들도 데이터센터 짓는 데 돈이 필요하다 보니 국내 증권사에 원화채 발행이 가능한지 문의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요.
같은 시장 상황인데, 나가려는 사람도 있고 들어오려는 사람도 있는 겁니다.
여기서 제가 좀 뒤집어서 생각하게 됐던 지점이 있어요.
달러 금리가 오르면 외국 기업이 한국 채권시장을 찾는 게 이상한 일처럼 느껴질 수 있잖아요. 그런데 논리는 단순해요. 전 세계적으로 달러 조달 비용이 올라갔으니, 원화 채권시장이 상대적으로 싸 보이는 거예요. 글로벌 대기업 입장에서는 여러 시장에 비용을 분산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전략이 되는 거죠.
한국이 신흥국 채권시장으로 분류돼서 외국 자금이 몰려드는 상황인데, 이걸 어떻게 봐야 할지가 저는 좀 걸렸어요.
들어오는 자금이 많아지면 국내 투자자들한테 선택지가 늘어나는 건 맞아요. 그런데 이 자금들이 금리가 다시 내려가면 조용히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얘기거든요. 자금 흐름이 반기고 싶은 손님인지, 잠깐 머무는 손님인지 쉽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나만 기억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돈이 오가는 경로가 바뀌고 있다는 거예요. 비싸지면 덜 쓰고, 더 싼 쪽을 찾는다는 기본 원리가 지금 채권시장에서 아주 빠르게 작동하고 있는 거예요. 이 흐름이 앞으로 어디로 갈지는 결국 금리가 어디서 멈추느냐에 달려 있을 텐데, 그건 아직 아무도 모르는 일이에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