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1 18:42 · 팟캐스트
대형마트 새벽배송 ‘조건부 OK’…동네슈퍼가 정부에 내건 조건은
수퍼마켓조합, 디지털 경쟁력 강화 위해5년 간 5000억 투입해 인프라 확보 요청“운동장 기울기 바로잡는 게 궁극적 목적”소공연 “전 업종 고려해 반대 입장 유지”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동네 슈퍼 사장님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쿠팡 새벽배송 알림이 뜹니다. 새벽 두 시에 주문한 물건이 아침 일곱 시에 도착한다는 거죠. 가게 문을 열기도 전에 배송이 끝나는 겁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가 정부에 상생 제안서를 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두 곳에 동시에요.
그 제안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다섯 해 동안 오천억 원을 써서 동네 슈퍼의 디지털 경쟁력을 키워달라는 거예요. 공공 배달앱에 '동네수퍼 한 시간 쾌속장보기' 전용 카테고리를 만들고, 재고 관리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연동하고, 배달 수수료를 사실상 없애달라는 내용입니다. 반찬 가게나 떡집 같은 동네 상인들이 함께 묶음 배송을 할 수 있는 인프라도 요구했어요.
그리고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허용하겠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멈출 필요가 있어요.
연합회는 불과 몇 달 전인 지난 오월에,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 소위에 올라오자 철회를 촉구했던 단체입니다. 결사반대라는 표현까지 쓰면서요. 그 입장이 바뀐 겁니다. 아예 뒤집은 건 아니에요 — '조건부 수용'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조건이 채워지면 인정하겠다는 거죠.
연합회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어요.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됐고 새벽배송이 화두에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포기할 수 없게 됐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걸 우리도 인식한 것"이라고요. 그러면서 "운동장의 기울기를 바로잡아 달라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저는 이 '운동장 기울기'라는 표현이 좀 걸렸어요.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막는 게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방법인지, 아니면 작은 가게들의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리는 게 맞는 방향인지 — 이 두 가지는 사실 전혀 다른 접근이거든요. 연합회는 전자에서 후자로 무게 중심을 옮긴 셈입니다.
그런데 같은 목소리를 냈던 다른 단체들은 아직 거기까지 가지 않았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공연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했어요. 전국상인연합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향후 상황에 따라 바뀔 수는 있겠지만, 당시와 입장이 달라진 것은 없다"고 강조했죠. 골목상권이라고 묶여서 불리지만, 이 안에서도 서로 다른 셈법이 있는 겁니다.
그러면 이 제안, 정부가 받아들일까요?
그건 기사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산업부와 중기부가 어떻게 검토하고 있는지, 법안이 실제로 개정될 가능성이 있는지 — 아직은 모릅니다. 제안서를 제출했다는 것까지만 알려진 거예요.
저한테 남는 질문은 이거예요. 오천억 원이라는 숫자가 현실이 됐을 때, 그게 실제로 동네 슈퍼를 살리는 방향으로 쓰일 수 있을까요? 시스템을 연동하고, 앱을 만들고, 수수료를 없애는 것만으로 쿠팡과 대등해질 수 있다고 연합회는 기대했지만 — 기대와 현실 사이에는 늘 빈 공간이 있습니다. 그 공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 정부도 단체들도 아직 답을 갖고 있지 않아요.
오늘 기억할 것 하나. 반대에서 조건부 수용으로 — 이 말은 포기가 아니라, 싸우는 방식을 바꾼 것일 수 있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