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1 20:12 · 팟캐스트
외환위기 공적자금 97조…30년 만에 상환 마침표
정부·금융권 분담해 공적자금 부채 상환공적자금상환기금 2027년 말 청산박홍근 “IMF 외환위기 극복 완수”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이천구십칠년 겨울, 사람들이 금붙이를 들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결혼반지, 돌반지, 집에서 오래 묵혀두던 것들. 나라 빚을 같이 갚겠다고요. 그 시절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그 장면이 선명하게 남아 있을 겁니다.
그로부터 삼십 년이 지났습니다. 내년 예산으로, 그때 생긴 정부 재정 부채가 완전히 사라집니다.
외환위기 때 정부는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쓰러지는 걸 막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부실 금융사를 정리하고, 부실채권을 사들이고, 예금자를 보호하는 데 쓴 돈이었죠. 그 과정에서 생긴 공적자금 부채가 약 구십칠조 원이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갚을지 원칙이 정해진 건 이천이 년, 김대중 정부 때였습니다. 구십칠조 원 가운데 일부는 금융사 지분과 자산 매각으로 회수하고, 나머지는 재정과 금융권이 나눠서 갚기로 했습니다. 이천삼 년부터 본격적으로 갚기 시작했고, 이제 마지막 구간에 와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 기준으로, 올해와 내년 두 해 동안 약 십오조 원을 더 갚으면 끝납니다.
삼십 년 동안 매년 갚아온 겁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이게 끝났다는 뉴스인데, 왜인지 그냥 기쁘다는 생각만 들지 않더라고요.
당시 금융회사들, 그리고 그 안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했던 걸까요. 구조조정이라는 말 뒤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자리가 사라졌는지. 공적자금이 들어갔다는 건, 그 자금이 없었으면 더 많은 사람이 더 빠르게 무너졌을 거라는 말이기도 하죠.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한 가지 예상 밖의 지점이 있습니다. 이미 우리가 기억하는 'IMF 극복' — 그건 이천일 년에 끝났습니다. 구제금융 차입금을 다 갚은 날이요. 그런데 그 뒤로도 이십육 년 동안 더 갚아온 게 있었던 겁니다. 눈에 덜 띄는 방식으로, 예금 잔액에서 조금씩, 예산에서 조금씩. 그 사실을 모르고 살았던 분들이 많을 거예요. 저도 그랬고요.
외환위기의 비용이 딱 한 시점에 끝난 게 아니었다는 거죠.
마음에 남는 건 따로 있습니다. 내년 말, 공적자금상환기금이 청산됩니다. 기금이 없어진다는 건, 그 이름이 붙은 예산 항목이 사라진다는 뜻이에요. 삼십 년간 계속 올라오던 숫자가 더 이상 보고서에 등장하지 않게 되는 거죠. 그런데 기금이 청산된 뒤에도, 서울보증보험 지분 같은 일부 회수 작업은 별도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 '재정 부채로서는' 끝났다는 뜻이에요.
'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점이 어딘지, 생각해볼 만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기억할 것 하나를 고른다면 — 나라가 빚을 졌고, 삼십 년에 걸쳐 갚았습니다. 이천삼 년부터 이천이십칠 년까지, 총 구십칠조 원. 그 긴 시간을 한 줄로 쓰면 그렇게 됩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