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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슈, 네 가지 시선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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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1 18:20 · 팟캐스트

고려아연 측 투자 엔터 3社…“690억 중 650억 회수 불확실” [시그널]

하이헷 등 완전자본잠식아크미디어도 회수 난망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이천이십년 여름, 한 회사의 대표가 개인 돈 십칠억 원을 엔터테인먼트 스타트업에 집어넣었습니다. 사십이일 뒤, 같은 회사에 이백오십억 원이 들어왔어요. 이번엔 그가 이끄는 대기업이 출자한 펀드 자금으로. 이게 이번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불거진 논란의 핵심 장면입니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 이야기를 먼저 놓겠습니다. 고려아연은 원아시아파트너스라는 운용사가 관리하는 펀드에 출자했어요. 이른바 블라인드펀드, 그러니까 어디에 투자할지를 운용사가 알아서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최 회장 측은 "개별 투자처 선정은 운용사가 독립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해왔어요. 이 논리대로라면 회장이 어디에 투자했는지와 펀드가 어디에 투자했는지는 별개의 일이 됩니다. 그런데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문제 삼는 건 그 순서입니다. 최 회장이나 친인척이 먼저 들어간 기업에 펀드 자금이 뒤따라 들어갔다는 거죠. 아크미디어가 그 예입니다. 회장이 먼저 전환사채를 샀고, 한 달 반 뒤 펀드가 훨씬 큰 금액으로 같은 회사에 투자했어요. 만약 펀드 자금이 들어오면서 기업 가치가 올라간다면, 먼저 들어가 있던 쪽이 이득을 봅니다. 이 구조를 영풍·MBK 측은 '사익 추구'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블라인드펀드의 독립성이라는 논리가 방패가 되는 순간, 그 결과로 누가 이득을 봤는지는 묻기 어려워지거든요. "나는 몰랐다"는 말이 면책이 되는 구조인 거죠. 그런데 뒤집어보면, 반대쪽 논리도 완결되지 않았습니다. 순서가 비슷하다는 것이 곧 의도적 설계라는 증거는 아닙니다. 영풍·MBK 측이 분석한 재무제표와 형사기록을 바탕으로 한 주장이지만, 최종적인 사실 확인은 사법 절차나 독립적인 감사를 통해서만 가능하죠. 지금은 서로의 주장이 맞서는 국면입니다. 이달 아홉 번째 날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선임이 핵심 안건으로 오릅니다. 고려아연 이사회 측 후보와 영풍·MBK 측 후보가 각각 올라와 있어요. 소액주주 모임은 두 후보에게 공개 질의를 보냈습니다. "수천억 원대 거래가 이뤄지는 동안 기존 감사 체계가 왜 문제를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는지를 새 감사위원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요. 여기서 남는 질문 하나. 감사위원이 바뀐다고 해서, 이미 일어난 투자 판단의 적절성을 소급해 따질 수 있을까요. 새 감사위원이 어느 쪽 추천이든,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요. 주주총회는 그걸 보장하지 않습니다. 영풍·MBK에 따르면 고려아연 출자 펀드가 투자한 육백구십억 원 가운데 육백오십억 원은 원금 회수가 불투명합니다. 이 돈은 주주의 돈이기도 합니다. 오늘 기억할 것 하나. 블라인드펀드는 운용사가 투자처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누가 먼저 들어가 있었는지, 누가 이득을 봤는지는 — 블라인드와 관계없이 물을 수 있는 질문입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