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1 08:55 · 팟캐스트
깡통전세 여진에 강제경매 54% 급증…8개월 만에 작년 연간치 육박[집슐랭]
■집합건물 경매 역대 최대 ‘경고등’법원 강제경매 8개월 만에 작년의 97%깡통전세·전세사기 여진에 급등세 이어져고금리 여파로 임의경매로 증가세합산 신청건수 3.1만건으로 2024년 넘어서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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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법원에 소송을 냅니다. 판결을 받아냅니다. 그래도 돈이 없으니 집을 경매에 넘깁니다. 경매장에 나온 물건은 쌓여가는데 사겠다는 사람은 줄을 서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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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전후로 전세 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 많은 세입자들이 선택지를 잃었습니다. 집주인은 돌려줄 돈이 없고, 집값은 보증금 아래로 내려앉았거든요. 이른바 깡통전세입니다. 소송이 유일한 길이었어요. 판결을 받아도 끝이 아니라 — 그 판결문을 들고 법원에 다시 가서 경매를 신청해야 합니다. 그 절차가 '강제경매'고요.
올해 들어 이달 말까지 전국 아파트·빌라·오피스텔을 합친 강제경매 신청이 이미 지난해 연간 수준에 거의 맞닿았습니다. 약 팔 개월 만에요. 작년 자체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많았던 해였는데, 올해는 그것도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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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전세 분쟁에서 끝나는 이야기라면 조금 다르게 볼 수 있었을 텐데요. 그렇지 않더라고요.
은행 빚을 못 갚아서 넘어가는 경우도 함께 늘고 있습니다. 이쪽은 '임의경매'라고 부릅니다. 대출을 석 달 이상 못 갚으면 은행이 담보로 잡은 집을 경매에 부치는 거예요. 올해 이 건수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열 퍼센트 넘게 늘었습니다.
강제경매와 임의경매를 합치면, 올해 팔 개월 만에 작년 한 해 전체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고, 다주택자 대출 만기 연장 제한 같은 규제가 추가로 시행될 예정이라 —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이 흐름이 꺾이기 어렵다고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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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저는 한 가지 지점이 좀 걸렸어요.
경매 물건이 쏟아지면 집값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온다 — 이런 그림을 보통 먼저 떠올리거든요. 그런데 서울 낙찰가율, 그러니까 감정가 대비 실제 팔린 가격 비율은 아직 백 퍼센트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상하죠? 물건은 넘쳐나는데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니.
이유가 있습니다. 인기 단지에는 사람이 몰리고 나머지는 아무도 안 사요. 반이 넘는 물건이 한 번에 팔리지 않고 재경매를 기다립니다. 6월과 7월 서울 아파트 낙찰률이 두 달 연속 사십 퍼센트 아래였습니다. 팔 만한 것만 고가에 팔리고, 나머지는 쌓입니다. 평균이 선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양극단이 벌어지고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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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짚는 지점은 이겁니다. 경매는 채무 관계를 정리하는 절차인데, 팔리지 않은 물건이 계속 시장에 남아 쌓이면 — 결국 금융시장 전반에 부담이 된다는 겁니다.
지금 수치가 크게 뛴 배경이 2010년 금융위기 이후와는 달라요. 그때는 대출 부실이 폭발하는 형태였고 지금은 전세 분쟁이 소송을 거쳐 경매로 넘어오는 흐름이 많습니다.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 일부 안도를 주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결된 건 아닙니다.
저는 이게 좀 마음에 걸려요. '성격이 다르다'는 설명이 "덜 위험하다"로 읽히기 쉬운데 — 그건 다른 이야기거든요. 해결되지 않은 분쟁이 계속 쌓이고, 팔리지 않는 물건이 시장에 남는다는 건, 어떤 형태로든 결국 어딘가에서 터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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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기억하실 것 하나만 짚고 마칠게요.
경매 건수가 늘었다는 뉴스는 종종 '집값 폭락 신호'나 '투자 기회'로 빠르게 소비되는데 — 그 전에, 이 숫자 하나하나가 보증금을 못 돌려받은 누군가의 소송이고, 이자를 버티지 못한 누군가의 상황이라는 점을 한 번은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숫자가 크게 느껴질수록, 그 안에 있는 개별 상황들은 오히려 잘 보이지 않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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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