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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슈, 네 가지 시선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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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2 08:32 · 팟캐스트

“정책 불신 커져”… 기약없는 재생에너지 입찰 제도에 속타는 스타트업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사무실 책상 위에 서버 견적서가 쌓여 있습니다. 계량기 교체 일정표도 있고, 고객사 계약서 초안도 있어요. 그런데 정작 이 모든 걸 굴러가게 할 제도 시행일이 빈칸입니다. A사는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관리하는 플랫폼 회사입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입찰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했을 때, 이 회사는 먼저 움직였어요. 고객사 전력 계량기 교체, IT 개발, 서버 운영 — 이것저것 합치니 사십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정부가 제도 설계 단계에서 이르면 지난해 안에, 늦어도 올해 상반기엔 전국 확대를 하겠다고 했거든요. 그 말을 믿고 먼저 투자한 겁니다. 그런데 상반기가 지났습니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업계에 공유하지 않았어요. 재생에너지 입찰 제도가 뭔지 잠깐 짚고 가자면 —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날씨에 따라 들쭉날쭉하잖아요. 예측이 안 되니 전력망에 부담이 생깁니다. 그래서 하루 전날 발전량을 예측해서 입찰하는 방식으로 이 변동성을 줄여보자는 거예요. 이 제도는 이천이십사년 유월에 제주에서 시범 사업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전국 확대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A사만의 일이 아닙니다. 해줌, 인코어드, 에이치에너지, 브이피피랩 — 재생에너지 거래 플랫폼 스타트업 네 곳이 시민단체 기후솔루션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과 김성환 기후부 장관 앞으로 공동 서한을 보냈어요. 조속한 제도 시행을 호소하는 내용입니다. 이런 서한을 보낼 정도면 이미 업계 전반이 상당히 쌓인 게 있다는 신호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 대목에서 한 가지가 걸렸어요. 보통 정책이 늦어지면 "아직 시작도 못 했으니 손해는 없다"고 생각하기 쉽잖아요. 그런데 이 경우는 반대입니다. 제도가 시행될 거라는 믿음 위에 먼저 투자를 집행했고, 그 투자가 지금 공중에 떠 있는 겁니다. 기다리는 것 자체가 손실인 구조예요. 플랫폼 기업들은 발전소 사업자들의 발전량 예측, 전력 입찰, 정산금 수령을 대신해주면서 수수료를 받는데, 시장이 열리지 않으니 매출도 없고 선행 투자 비용만 쌓이는 거죠. 거기다 대기업들도 슬금슬금 투자 규모를 줄이는 분위기라고 해요. 불확실성이 크면 기존 사업 위주로만 운영하게 되거든요. 스타트업들만이 아니라 투자자들도 신규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남는 건 이 질문입니다. 정책 신뢰의 문제예요. 기업이 정부 일정을 믿고 먼저 움직였는데, 정부가 말을 바꿨을 때 그 손실은 누가 부담하는가. 제도가 좋은지 나쁜지와는 별개입니다. 일정이 바뀔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데 구체적인 계획을 공유조차 하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면, 다음 정책이 나와도 기업들이 같은 속도로 뛰어들 수 있을까요. 한 번 손 데인 데는 다시 손이 잘 안 가거든요. 오늘 기억할 것은 하나입니다. 정책 타이밍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 일정으로 증명됩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