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3 23:19 · 팟캐스트
① 삼성·SK, 대미투자 6.5배 늘려야 TSMC와 비슷해져
■美, 韓 겨냥 투자확대 요구…‘반도체 관세’ 3대 변수 ② ‘韓 불리하지 않게’ 합의했지만 교역 기준점 모호해 무효 우려 ③ 메모리·비메모리 나눠서 부과 전공정 팹 추가 압박 가능성도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7월 2일 기준 이야기입니다. 이날 미국 상무부 장관이 한국 반도체 기업에 추가 투자를 요구했습니다. 말은 요구였지만, 구조를 보면 다른 이야기입니다.
---
상상해봅시다. 협상 테이블에 앉았는데, 상대방이 꺼내는 기준이 계속 움직입니다. 어제까지는 괜찮았던 숫자가 오늘은 부족하다고 합니다. 이게 지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처한 상황과 꽤 닮아 있습니다.
---
두 회사는 이미 미국에 돈을 쏟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메모리 후공정 시설을 만들고 있습니다. 적은 돈이 아닙니다. 양사를 합치면 사백억 달러를 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비교 대상입니다. TSMC는 애리조나주 한 곳에만 이천육백억 달러 넘게 쏟아붓고 있거든요. 숫자만 놓고 보면, 한국 두 회사가 합쳐도 TSMC 한 곳의 6분의 1 수준입니다.
그 격차가 압박의 근거가 됩니다.
---
근데 이게 단순히 투자 규모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은 지금 반도체 관세와 설비투자를 묶어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공장을 지으면 관세를 면제해주는 쿼터를 주겠다는 방식이죠. TSMC는 이미 그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공사 중에는 설비 용량의 두 배 반, 완공 후에는 한 배 반까지 관세 없이 들여올 수 있다고요.
한국 기업도 같은 조건을 원한다면, 그 조건을 받아내기 위한 협상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협상의 출발점이 투자 규모입니다.
---
여기서 예상과 다른 지점이 있습니다. 한국이 불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대만을 앞질렀습니다. 메모리 가격이 오른 덕분인데, 이게 협상 카드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위험 요인이기도 합니다. 한미 합의에는 '한국의 교역 규모를 초과하는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라는 조항이 있거든요.
대만보다 수출이 많아지는 순간, 그 조항이 뒤집힐 수 있습니다. 한국에 유리하게 읽혔던 조건이 한국에 불리하게 작동할 수 있는 거죠. 서강대 허윤 교수는 이 합의를 "계속 변하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
그러면 뭐가 남는 걸까요.
미국이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나눠서 따로 관세를 매기면 어떻게 될까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짓고 있는 건 후공정, 파운드리입니다. 메모리 전공정 팹은 없습니다. 미국이 바로 그걸 콕 집어 요구할 수 있는 구조거든요.
메모리 관세를 면제받고 싶으면, 메모리 전공정을 미국에 가져오라고요.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요구인지,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지금은 답이 없습니다. 반도체 장비업계에서는 메모리가 공급자 우위 시장이라는 구조 자체는 안 바뀐다고 봅니다. 그게 협상 여지라는 거죠. 하지만 그 여지를 살리려면 정부의 협상 전략이 정교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
오늘 기억할 건 하나입니다.
합의는 문서가 아닙니다. 합의문이 있어도, 기준이 되는 숫자가 바뀌면 합의의 의미도 바뀝니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늘어날수록, 역설적으로 협상 조건이 불리해질 수 있는 구조가 이미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걸 알고 협상에 나서는 것과 모르고 나서는 건 다릅니다.
---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