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3 14:30 · 팟캐스트
한전, 삼성·SK에 전기료 25조 선납 제안…반도체 전력망에 투입
삼성 20조·하이닉스 5조 규모 용인·호남 송·변전망 건설 활용 국가기관 중심 기존 선납제 확대 한전채 대신 미래 수입 당겨 조달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2025년 8월 3일 기준입니다. 이날 전력 업계와 한전을 통해 나온 소식인데요, 꽤 독특한 제안 하나가 공개됐어요.
공장 문을 열기도 전에 전기 요금을 내달라는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5년 치를.
한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제안한 금액은 합쳐서 이십오조 원이에요. 삼성전자에 이십조, SK하이닉스에 오조. 반도체 공장들이 용인과 호남에 본격 가동되는 2027년부터 2031년, 그 5년 치 전기요금을 지금 미리 내달라는 겁니다.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먼저 짚어볼게요.
한전 입장에서는 돈이 필요해요.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을 공급하려면 송전선과 변전소를 새로 깔아야 하는데, 그 규모가 만만치 않거든요. 기존 계획도 2038년까지 칠십조 원이 넘는 투자였는데, 용인과 호남 클러스터가 추가되면서 그 이상이 필요해진 상황이에요. 거기다 2027년 말이 되면 한전채 발행 특례도 끝나요. 지금은 예외적으로 채권을 더 찍을 수 있지만, 2028년부터는 한도가 다시 줄어들거든요. 한전으로서는 채권 말고 다른 조달 수단이 절실한 거죠.
그런데 이게 한전만의 이야기는 아니에요.
반도체 기업들도 고민이 있어요. 공장은 지어가고 있는데, 전기가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 가동을 못 해요. 전력망 공사가 늦어지면 수천억짜리 장비가 그냥 세워져 있는 거예요. 선납에 참여하면 여유 자금을 굴리면서 자기 공장 전기망이 제때 깔릴 가능성을 높이는 셈이 되는 거죠. 한전은 국고채보다 높은 이자를 주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고요.
여기서 한 가지 뒤집어봐야 할 게 있어요.
선납금을 받는다고 해서 한전의 매출이나 이익이 바로 늘어나지는 않아요. 전기를 실제로 공급해야 매출로 잡히거든요. 그러니까 이건 이익을 당기는 게 아니라, 현금을 먼저 당겨 쓰고 나중에 요금으로 정산하는 구조예요. 겉에서 보면 한전이 큰돈을 조달하는 것 같아도, 장부에서 매출이 늘어나는 건 공급이 이뤄지는 5년에 걸쳐 천천히 일어나요.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이십오조 원은 한전 연간 매출의 약 사분의 일이에요. 규모 자체가 전례 없는 수준인데, 이자율도, 참여 여부도, 선납 규모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해요. 한전은 "제안한 상태"라고만 밝혔고요. 그렇다면 두 회사가 실제로 응할지가 관건인데, 한전채 이자보다 낮게 가져가야 한전에도 의미가 있고, 국고채보다 높게 줘야 기업에도 매력이 있는 구조예요. 그 좁은 간격 안에서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열려 있는 거죠.
더 넓게 보면, 국가 기간 인프라를 특정 대기업의 선납금으로 짓는 구조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도 생각하게 돼요. 지금은 반도체 두 곳이지만, 이 방식이 자리를 잡으면 다른 대형 수요처로도 번질 수 있으니까요. 그게 좋은 방향인지, 아닌지는 쉽게 말하기 어려워요.
오늘 기억할 것 하나는 이거예요.
한전은 지금 채권이 아닌 방식으로 전력망 투자 재원을 찾고 있다는 것. 그 첫 번째 시도가 이십오조 원 규모의 전기요금 선납 제안이에요. 아직 합의된 게 없고, 숫자도 달라질 수 있어요. 하지만 이 방향 자체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예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