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3 07:50 · 팟캐스트
9월 ‘대한민국 과기인상’ 최수석 교수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2024년 9월 2일, 오늘 발표된 이야기입니다.
화면을 켜면 색이 보입니다. 빨강, 초록, 파랑. 이 세 가지를 섞어서 우리가 보는 모든 색을 만들어왔죠. 지난 100년 가까이, 텔레비전부터 스마트폰까지 전부 같은 방식이었습니다.
그 방식에 물음표를 단 사람이 있습니다.
포항공대 최수석 교수입니다. 그가 주목한 건 간단한 질문이었어요. 색을 섞어서 만드는 게 아니라, 빛 자체를 원하는 색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 RGB 혼색은 결국 타협의 산물이거든요. 세 가지 원색을 조합해 눈을 속이는 방식이라서, 아무리 정교하게 섞어도 빛 자체의 파장을 건드리는 건 아닙니다. 최 교수는 그 근본부터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그게 '리얼 풀 컬러' 기술입니다. 빛의 색과 파장을 직접 만들어 바꾸는 거예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이 연구 성과를 인정해 이달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최 교수를 선정했습니다.
이 기술이 흥미로운 건 응용 방식입니다. 카이랄 나노 구조라는 비대칭 나노 구조를 활용하는데요, 쉽게 말하면 잡아당기는 정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소재를 만든 겁니다. 피부처럼 늘어나고 줄어드는 소재에 이 구조를 얹으면, 움직임에 따라 색이 바뀌는 인공전자피부가 됩니다. 누군가 손목을 굽히면, 피부 위의 색이 변하는 거죠. 센서가 숫자를 뱉는 게 아니라 색으로 상태를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저는 한 가지 대목이 걸렸어요.
이 기술이 화제가 된 건 성능 때문만이 아닙니다. 가변 컬러필터가 색을 바꾸는 데 필요한 전압이 이 볼트, 2V입니다. 건전지 한 개 수준이에요.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도 전력을 많이 쓰면 현실에서 쓰기 어렵거든요. 낮은 전압으로 색을 제어한다는 건, 웨어러블 기기나 피부에 붙이는 소자처럼 배터리가 작은 환경에서도 실제로 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연구실 성과가 아니라 현장 가까이 와 있다는 신호처럼 읽혔습니다.
전자식 영상 전송이 처음 성공한 게 약 100년 전입니다. 그 100년 동안 화면을 만드는 방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어요. 더 선명하게, 더 빠르게는 발전했지만, 색을 다루는 근본 원리는 그대로였던 겁니다. 최 교수의 접근은 그 원리 자체를 건드리는 시도입니다. 100년짜리 방식에 처음으로 다른 선택지가 생기는 거라면, 이게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저는 좀 궁금해지더라고요.
물론 연구와 제품 사이에는 거리가 있습니다. 인공전자피부가 실제 의료기기나 소비자 제품이 되려면 넘어야 할 단계가 많죠. 지금 단계에서 무엇이 남는가 — 그게 아직은 물음표입니다.
하나만 기억하신다면 이겁니다. 우리가 100년 가까이 색을 섞어서 화면을 만들어왔는데, 이제 색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누군가 길을 내고 있다는 것.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