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3 07:13 · 팟캐스트
인재 남방 한계선, 정부도 못 넘었다
■ 구인난에 발묶인 지역 균형발전 과기부 국민AI추진단 민간인력 서울·판교 근무 조건 채용 추진 인력난 허덕이는 지역 공공기관“서울 사무소 두려 해도 눈치 보여”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2025년 7월 2일 기준으로 나온 이야기입니다.
판교에 있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개발자가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정부에서 연락이 왔어요. 국가 AI 프로젝트,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그런데 사무실이 세종이라고 합니다. 그 개발자, 어떻게 할까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다음 달 출범시키는 '국민 AI 서비스 혁신 추진단'이라는 조직이 있어요. 국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빠르게 만들겠다는 목표로 신설되는 곳인데, 전체 인원 예순한 명 중 스물여섯 명을 민간에서 뽑기로 했거든요. 그런데 이 채용 공고에 적힌 근무지 조건이 서울, 또는 경기 성남 판교입니다. 기획 담당 딱 한 명 빼고는 전부 수도권이에요.
이게 왜 눈에 띄냐면, 지금 정부의 기조가 균형발전이거든요. 공공기관이랑 공기업을 비수도권으로 보내고, 민간 기업의 지방 이전도 유도해온 흐름이잖아요. 그 정책을 이끄는 중앙 부처가 스스로 만드는 조직을 수도권에 두겠다고 하는 겁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솔직하게 말했어요. 우수한 개발자들은 서울이나 판교를 선호한다고. 그래서 지역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요. 산업계에서는 이걸 '남방한계선'이라고 부릅니다. R&D 인력 기준으로는 판교가 그 선이에요. 여기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좋은 개발자를 구하기가 급격히 어려워진다는 거죠.
그런데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이미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듣고 있을까. 기사에 나온 어느 공기업 사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본사가 서울에 없으니 우수 인재를 뽑기 어렵고, 서울에 사무소를 두려 해도 눈치가 보여서 못 한다고요. 이미 이전한 곳들은 계속 그 불편함을 감수하는데, 새로 만드는 조직은 처음부터 수도권에 자리를 잡는 겁니다.
예상과 다른 지점이 하나 있어요. 균형발전 정책이 흔들린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정부 스스로가 그 정책의 한계를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거예요. 인재는 이미 수도권에 몰려 있고, 그 구조를 바꾸는 건 정책 선언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당사자가 인정한 셈이거든요.
남는 질문은 이겁니다. 이 결정이 현실적인 판단인지, 아니면 균형발전이라는 방향을 스스로 허무는 선례인지. 추진단이 수도권에서 좋은 성과를 냈을 때, 다음에 만들어지는 조직도 같은 이유로 수도권을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때 지방으로 이전했던 기관들에게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지. 정답은 모르겠어요. 다만 이 결정이 예외로 남을지, 아니면 기준이 될지가 앞으로 봐야 할 지점인 것 같아요.
기억할 것 하나만 남긴다면 이겁니다. 균형발전 정책과 인재 수도권 집중 현실 사이의 간극을, 이번에 중앙 부처가 공식 채용 조건으로 드러냈다는 것. 선언이 아니라 행동에서 그 간극이 보인 거예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