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4 21:36 · 팟캐스트
“정부가 주주충실의무 어겼다”…가스공사, 석유공사 합병에 7% ‘뚝’
재무 악화 우려 매물 쏟아져 “소액주주 이익에 배치” 반발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이천이십오년 칠월 사일 기준 이야기를 해볼게요. 그날 아침 한국가스공사 주식을 갖고 있던 분들은 시황 화면을 보고 멈칫했을 겁니다.
장이 열리자마자 매도 물량이 쏟아졌어요. 전날 정부가 발표한 내용 때문이었죠.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를 합쳐 에너지자원공사라는 새 조직을 만들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그날 하루 주가는 거의 칠 퍼센트 빠졌어요.
왜 이렇게 반응했을까요.
한국석유공사 얘기를 먼저 해야 해요. 이 회사는 지금 완전자본잠식 상태입니다. 부채가 이십조 원을 넘어요. 자본이 마이너스라는 뜻이거든요. 자기 돈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빚이 자산을 초과한 상태입니다.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 같은 해외 사업들이 발목을 잡고 있는데, 이십이십일년부터 팔려고 했는데 아직도 못 팔았어요.
한국가스공사는 다릅니다.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는 회사죠. 물론 미수금이 쌓여 있기는 해요. 도시가스 요금을 올려야 회수되는 돈인데, 정책적으로 요금 인상이 늦어지면서 생긴 금액이거든요. 그래도 지금은 버티고 있는 상태예요. 거기에 석유공사의 짐을 얹는 구조라고 투자자들은 보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주가 급락보다 더 눈에 들어온 건 투자자들의 표현이었거든요. "정부가 악덕 대주주와 다를 바 없다"는 말이요. 한국가스공사는 상장사예요. 정부가 지분을 많이 갖고 있긴 하지만, 수많은 소액주주들도 이 회사의 주인이에요. 그런데 그 주주들한테 아무 의견도 묻지 않고 합병 구상을 발표했다는 거죠. 올해 개정 상법에는 주주충실의무라는 개념이 들어왔는데, 정부 스스로 그걸 어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겁니다.
사실 이 두 공사를 합치려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박근혜 정부 때부터 여러 번 추진됐다가 번번이 재무 건전성 문제로 좌절됐거든요. 그 문제가 지금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번엔 그냥 밀고 가겠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처럼 보입니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정부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많지 않긴 해요.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공기업을 언제까지 따로 떠안고 갈 수는 없으니까요. 합병 자체가 나쁜 선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방식이에요. 어떤 조건으로, 어떤 순서로, 주주들한테 무엇을 보장하면서 하느냐 — 그게 빠진 채 발표부터 나왔다는 거죠.
그리고 남는 질문이 하나 있어요. 새로 만들어지는 에너지자원공사가 석유공사의 부채를 어떻게 처리할지, 구체적인 구조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합병 이후의 재무 설계가 어떻게 짜이느냐에 따라 가스공사 주주들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손해를 보는지가 달라지거든요. 지금은 그 그림이 없어요.
오늘 기억할 건 하나입니다. 공기업이라고 해서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상장된 순간, 그 회사에는 정부 말고도 주인이 생깁니다. 그 주인들이 어떤 보호를 받아야 하는지 — 이번 사안이 그걸 묻고 있는 것 같아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