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5 15:44 · 팟캐스트
살 빼니 화장품도 달라지네…‘비만약 뷰티’ 시장 열린다 [김연하의 킬링이슈]
‘오젬픽 페이스’ 타깃팅한 제품 등장 체중 감량한 美 남성 성형수술 비율도 증가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 이야기의 기준 시점은 2025년, 이달 초 국내 업계 취재 기준입니다.
약을 먹었더니 살이 빠졌습니다. 그런데 얼굴도 같이 꺼졌습니다.
볼이 홀쭉해지고, 피부가 늘어지고,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비만치료제로 체중을 빠르게 줄인 뒤에 겪는 일이에요. 업계에서는 이걸 '오젬픽 페이스'라고 부릅니다. 성공한 다이어트의 뒷면 같은 거죠.
이 사람들이 왜 그 선택을 했는지는 어렵지 않게 이해가 가요.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식욕을 억제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식이요법이나 운동으로 몇 달 걸릴 변화가 훨씬 빠르게 일어나죠. 몸 전체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다 보니, 피부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겁니다. 잘못한 게 아니에요. 그냥 몸이 따라가지 못한 거예요.
그런데 이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클라인앤컴퍼니라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조사를 보면, GLP-1 사용자 다섯 명 중 한 명 가까이가 피부 탄력 개선 시술에 돈을 더 쓰기 시작했다고 답했어요. 볼륨 감소 개선 시술에 지출을 늘렸다는 응답도 열 명 중 한 명을 넘습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건, 시장이 이미 움직이고 있다는 거예요.
실제로 미국 스킨케어 브랜드들은 작년부터 움직였습니다. GLP-1 사용자를 겨냥해 아예 제품명에 GLP-1을 내건 경우도 있어요. 얼굴 볼륨 감소, 처짐, 잔주름, 탈수, 탄력 저하를 동시에 잡겠다는 제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죠. 보그는 이 흐름이 단순한 탄력 크림을 넘어서 체중 감량 전, 감량 중에 쓰는 관리 제품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비만치료제가 만들어낸 부작용을 또 다른 소비로 해결하는 구조잖아요. 약을 쓰고, 피부가 처지고, 크림을 사고, 시술을 받고. 그 사이에 누가 있고, 누가 돈을 버는지 생각해보면 단순한 뷰티 트렌드로만 보기가 어렵더라고요.
뒤집히는 지점도 하나 있어요. 이 변화가 여성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로이터통신은 비만치료제로 살을 뺀 미국 남성들이 성형외과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어요. 미용 시술은 압도적으로 여성 위주였는데, 경구용 비만치료제가 나오면서 남성 수요가 올라오고 있다는 거죠. 이건 뷰티 시장의 경계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해요.
마음에 걸리는 건 따로 있습니다. 국내는 아직 이 시장이 낯설다고 해요. 해외보다 비만치료제 도입이 늦었고, 경구약 승인도 이제 시작 단계니까요. 그런데 시장이 커지면 분명히 들어옵니다. 그때 소비자 입장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할 건지, 어떤 제품이 실제로 효과가 있고 어떤 게 이름만 붙인 건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지금은 '오젬픽 페이스'라는 말 자체가 낯설 수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 하나만 기억한다면 이겁니다. 비만치료제가 만들어낸 건 체중 감량만이 아니에요. 그 이후를 채우려는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고 있고, 그 시장은 지금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