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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슈, 네 가지 시선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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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7 23:16 · 팟캐스트

“국민연금 가점 받자” 전주행 줄잇지만…운용사 사무실은 ‘텅텅’

위탁운용 972.4조…유치경쟁 치열 외형적 거점 확보에는 속도내지만 실질적 근무체계 구축은 아직 더뎌 1명안팎 운영…내근직원 없는 곳도 상당수가 ‘연락 사무소’ 역할 그쳐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2025년 7월 7일, 기사가 나온 날 기준으로 업계에서 조용히 퍼지고 있는 이야기를 오늘 꺼내보려 해요. 전주 시내 어느 빌딩 복도를 걷는다고 상상해보시겠어요. 문마다 자산운용사 이름이 붙어 있어요. 그런데 안이 어둡습니다. 불이 꺼져 있거나, 들여다봐도 사람이 보이지 않아요. 문에는 안내문이 붙어 있고, 그게 전부입니다. 이 달 초 실제로 기자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인근을 돌았더니 딱 이런 장면이 펼쳐졌다고 해요. 대부분의 운용사 사무실이 비어 있거나, 최소 한 명 안팎의 인력으로만 돌아가고 있었던 거죠. 그마저도 그 한 명이 휴가나 외근이면 사무실 전체가 공백이 되는 구조였고요. 왜 이렇게 됐을까요. 국민연금은 올해 6월부터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전주에 업무 거점을 둔 회사에 가점 1점을 주기 시작했어요. 국내 주식과 채권 선정에서 먼저 시작했고, 이후 인프라, 사모투자 쪽으로도 적용 범위를 넓혔죠. 이 1점이 왜 중요하냐면 — 국민연금의 위탁운용 규모가 970조 원 가까이 됩니다. 거의 천조 원이에요. 그 돈을 누가 맡느냐를 결정하는 심사에서, 비슷한 실력의 회사끼리 근소한 점수 차로 순위가 갈릴 수 있거든요. 그러니 1점이라도 운용사 입장에서는 무시하기 어렵죠. 그래서 삼성, 미래에셋 같은 초대형사들도 지금 전주 진출 절차를 준비 중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결과적으로 전주에는 운용사 간판이 빠르게 늘고 있어요. 공간 확보 속도는 분명히 빠릅니다. 그런데 여기서 뒤집히는 대목이 있어요. 흔히 '거점 확대'라고 하면 인력과 기능이 따라간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지금 전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 간판 먼저, 사람 나중이에요. 현지에서 상주 중인 한 사무소장은 이렇게 말했어요. "서울 직원들이 일주일에 한두 번씩 내려오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고. 가점 확보를 위한 '최소 요건'을 갖추는 데 우선 집중하는 분위기라고요. 이유가 없는 건 아니에요. 운용과 리서치 조직, 증권사, 시장 인프라가 모두 서울에 집중돼 있고, 직원들 생활 기반도 수도권이에요. 현지에서 금융 경력자를 새로 뽑으려 해도 인력 풀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얘기가 나오죠. 결국 전문 인력을 어떻게든 서울에서 보내거나, 아니면 공백인 채로 두거나. 지주 차원의 지원이 가능한 대형 금융 그룹 계열사들은 그나마 네 명, 세 명씩 상주 인력을 꾸릴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곳들은 버거운 게 현실이에요.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국민연금 이사장은 3일 전주에서 열린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사람과 정보가 모이는 금융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혁신이 촉진되고 경쟁력이 커진다"고요. 집적 효과, 금융 도시 구축. 방향 자체가 틀린 말은 아니에요. 그런데 지금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건 사람이 모이는 게 아니라, 간판이 모이는 거거든요. 제도가 만들어낸 유인이 '실질적인 이전'이 아닌 '형식적인 충족'을 향해 작동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 질문이 남아요. 가점 1점이라는 제도는 분명히 움직임을 만들어냈어요. 그런데 그 움직임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공간과 사람 중 무엇이 먼저 따라가고 있는지 — 이게 오늘 기억해두실 한 가지입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