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LENS

같은 이슈, 네 가지 시선

서울경제신문

← 오디오 목록으로

2026.09.07 18:50 · 팟캐스트

7조 넘은 반도체 ETF…리밸런싱 압력 ‘촉각’

1년새 몸집 7배 이상 커져 지수 정기변경에 ‘20% 캡’ 재조정 삼전·하닉 초과분 1.7조 매물 예상 거래대금도 줄어 변동성 확대 우려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2024년 9월 7일 기준으로 나온 이야기입니다. 이번 주 증시에서 조용히 주목받고 있는 날짜가 하나 있어요. 바로 9월 10일입니다. --- 그날 오후 3시 20분쯤을 상상해보시겠어요. 장 마감 직전, 누군가 대규모 매도 주문을 넣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팔고 싶어서가 아니에요. 규칙이 바뀌었으니까. 지수가 바뀌었으니까.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날 그 시간에 팔아야 하는 물량이 있는 거거든요. --- KRX 반도체지수라는 게 있어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 종목들을 묶어서 만든 지수인데, 이걸 그대로 따라가는 ETF 상품들이 있습니다. 코덱스 반도체, 타이거 반도체 같은 것들이죠. 그런데 이 상품들이 1년 새 몸집이 어마어마하게 커졌어요. 지난해 이맘때 약 일조 원 남짓이었던 순자산이, 지금은 일곱 배가 넘습니다. 그 돈이 모두 이 지수 하나를 따라가고 있는 거예요. 문제는 지수 안에 규칙이 있다는 겁니다. 한 종목이 전체에서 차지할 수 있는 비중이 최대 20%로 정해져 있어요. 근데 지금 SK하이닉스는 그 한도의 거의 두 배 가까이 차 있고, 삼성전자도 20%를 넘어섰어요. 그러니까 매년 9월, 선물·옵션 만기일 이후에 이걸 다시 맞추는 작업이 들어가는 거죠. --- 이게 그냥 지수 관리팀의 일상적인 작업처럼 들릴 수 있어요.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다릅니다. 삼성증권이 추산한 숫자가 있어요. 두 종목의 비중을 각각 20%로 되돌린다고 가정했을 때, 합쳐서 약 일조 칠천억 원 규모의 매도 수요가 발생한다는 거예요. 팔고 싶어서 파는 게 아니라, 규칙을 맞추기 위해 팔아야 하는 물량이요. 지난해에도 비슷한 조정이 있었어요. 그때도 SK하이닉스 비중이 꽤 많이 낮아졌는데, 당시 추종 자금의 규모가 지금과는 달랐습니다. 같은 비율 조정이라도 자금이 일곱 배면, 시장에 미치는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 그런데 여기서 뒤집히는 지점이 하나 있어요. 이 매도가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에 대한 부정적인 신호가 아니라는 거예요. 두 회사가 나빠서, 전망이 어두워서 파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잘해서, 지수 안에서 비중이 너무 커져버렸으니까 줄이는 거예요. 증권 업계에서는 이걸 "펀더멘털과 무관한 일회성 수급"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니까 주가가 흔들린다고 해서 그게 기업 실적이나 전망의 반영이 아닐 수 있다는 거죠. 단지 그날, 그 시간에, 팔아야 하는 돈이 많았을 뿐인 거예요. ---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증시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이 6월엔 오십조 원이 넘었는데, 지금은 이십조 원 아래로 떨어졌거든요. 시장에 돌아다니는 돈이 절반도 안 되게 줄었다는 거예요. 유동성이 낮아진 시장에서 방향이 이미 정해진 대규모 주문이 특정 시간대에 몰리면 어떻게 될까요. 이게 ETF를 직접 들고 있는 분들한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반도체 주식을 개별적으로 들고 있어도, 그날 장 막판에 이 물량이 쏟아지면 같이 출렁일 수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 출렁이는지 모르면,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쉽거든요. --- 오늘 하나만 기억하신다면 이거예요. 주가가 움직이는 데는 늘 이유가 있는데, 그 이유가 기업 가치와 전혀 관계없는 경우도 있다는 것. 9월 10일 장 마감 직전에 반도체 종목들이 흔들린다면, 그게 어디서 온 수급인지 한 번 떠올려보시면 될 것 같아요. ---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