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7 10:35 · 팟캐스트
비핵심 정리하는 롯데, 에코월 품은 릴슨PE와 위험 분담 [시그널]
후순위 지분 10% 남겨 실질 EV/EBITDA 6.5배 추산 잔여 지분은 매각시 연동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2026년 9월 6일, 오늘 오후 발표된 소식입니다.
건물 외벽이 통유리로 반짝이는 빌딩을 본 적 있으시죠. 그 유리벽을 설치하는 게 커튼월 공사입니다. 커튼을 치듯 가볍게 두른다고 해서 커튼월이에요. 롯데에코월이 바로 그 전문 기업입니다.
오늘 이 회사 지분 90%가 릴슨PE라는 사모펀드 운용사 손으로 넘어갔어요. 거래 금액은 약 천칠백팔억 원. 그런데 이번 거래, 숫자보다 구조가 더 흥미롭거든요.
롯데 측은 지분을 전부 팔지 않았습니다. 10%를 남겼어요. 그냥 남긴 게 아니에요. 후순위로 남겼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나중에 손실이 생기면 릴슨PE보다 롯데가 먼저 그 손실을 떠안는 구조예요. 사는 쪽이 짊어지는 위험을 파는 쪽이 같이 들어준 거죠.
왜 이런 조건을 달았을까요. 롯데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됩니다. 지금 롯데그룹은 석유화학 쪽 업황이 안 좋아지면서 비핵심 사업을 팔아 차입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거든요. 롯데렌탈도 약 일조 삼천억 원에 텍사스퍼시픽그룹에 넘겼고, 그렇게 확보한 돈을 바이오 같은 신사업에 쏟겠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니까 에코월도 빨리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사는 쪽이 위험 부담 때문에 주저하면 거래가 늦어지잖아요. 후순위 지분을 걸어서 거래를 성사시킨 셈이에요.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이게 단순한 친절이 아닙니다. 파는 쪽이 위험을 함께 지는 구조는, 뒤집어 보면 팔아야 하는 절박함이 그만큼 컸다는 신호일 수도 있거든요.
예상 밖의 지점도 하나 있었어요. 이번 거래의 실질 인수 배수입니다. 처음 알려진 숫자는 에비타 대비 약 아홉 배였어요. 그런데 일회성 요인을 빼고 조정하면 일곱 배 중반으로 내려오고, 여기에 후순위 지분 효과까지 반영하면 실질 배수는 약 여섯 배 반으로 낮아진다고 합니다. 표면과 실질 사이에 꽤 큰 간격이 있는 거예요. 숫자 하나가 구조에 따라 이렇게 달라 보일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마음에 남는 게 있어요. 롯데그룹이 지금 그리는 그림이 어떤 모양인지입니다. 비핵심을 팔고 신사업에 집중한다는 방향은 분명한데, 그 신사업이 실제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르거든요. 그 사이 팔 수 있는 자산이 충분히 남아 있는지, 팔고 나서 버텨낼 체력이 되는지 — 이 거래 하나로 판단할 순 없지만, 그 질문을 떠올리게 만드는 구조이긴 합니다.
오늘 기억할 것 하나입니다. 거래 가격보다 거래 구조를 보면, 파는 쪽이 얼마나 절박했는지, 사는 쪽이 얼마나 조심스러웠는지가 보입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