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7 10:55 · 팟캐스트
유럽도 기준금리 오르는데…프랑스 나랏빚, 유로존 뇌관 되나[글로벌 왓]
獨 금리 스프레드 2010년 재정위기 수준 외국인 비중 57.5% 이탈 땐 금리 급등 日 대형 기관들 자금 본국 귀한 조짐도 대선 앞둔 정치권 뚜렷한 해법 제시 못해 ECB 연내 두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2023년 9월 5일, 어제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가 일제히 한 나라를 지목했습니다. 프랑스입니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새로운 시한폭탄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어요.
---
파리의 한 채권 트레이더를 상상해보시겠어요. 화면에는 독일 국채와 프랑스 국채의 금리 격차가 실시간으로 찍히고 있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50이었던 숫자가 87까지 올라와 있어요. 이 숫자, 귀로 들으면 잘 안 잡히죠. 쉽게 말하면, 예전보다 프랑스 국채를 들고 있는 게 그만큼 더 위험하다고 시장이 판단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수준까지 벌어진 게 2010년대 유로존 재정위기 때였다고 하니까요.
---
왜 프랑스인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데 왜 특히 프랑스가 지목되는 걸까요.
일단 빚이 많습니다. 올해 1분기 기준 프랑스 국가부채는 경제 규모의 117.5%에 달해요. 그런데 경제는 성장을 멈췄습니다. 올해 1분기에 마이너스였고 2분기는 0%였거든요. 빚은 느는데 갚을 힘은 안 느는 상황이죠.
여기에 구조적인 문제가 하나 더 있어요. 프랑스 국채의 절반이 훌쩍 넘는 비율을 외국인 투자자가 들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은 이 비율이 삼분의 일 정도인데, 프랑스는 그보다 훨씬 높아요. 평소엔 든든한 버팀목이지만, 불안해지는 순간 가장 먼저 빠져나갈 수 있는 돈이기도 합니다.
---
그런데 저는 이 대목이 좀 더 걸렸어요.
일본 이야기입니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정부연금투자기금, 이 기관이 외화 채권을 어디에 얼마나 갖고 있냐면,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들고 있는 게 프랑스입니다. 약 50조 원 규모예요.
그런데 지금 일본은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해외 투자를 줄이고 국내 자산에 더 투자하는 방향을 고민 중입니다. 실제로 일본 재무상이 공식 석상에서 이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 연기금이 여름에 이례적으로 긴급 경영위원회를 열었다는 보도가 나왔어요. 공식 발표는 없지만, 시장은 이미 눈치채고 있는 거죠.
일본이 프랑스 채권을 줄이기 시작하면, 그 파급은 단순한 가격 조정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
여기서 예상과 다른 지점이 하나 있어요.
재정 위기라고 하면 보통 '정부가 뭔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기 쉽죠. 그런데 지금 프랑스의 문제는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표를 의식하고 있어요. 연금 정년을 낮추겠다, 지출을 줄이겠다 말은 하는데 구체적인 방법은 없습니다. 좌파 쪽에서는 중앙은행이 보유한 국채를 아예 소각하자는 제안까지 나왔어요. 재정 문제를 해결하자는 게 아니라 숫자 자체를 없애버리자는 거죠.
오히려 정부는 최근 농민 지원을 위해 추가 지출을 발표했습니다. 이해는 갑니다. 폭염과 가뭄 피해를 입은 농민들을 방치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시장은 그 타이밍을 보고 있습니다.
---
이 사안에서 제가 마음에 걸리는 건 하나입니다.
위기는 보통 천천히 온다고 생각하지만, 채권시장의 발작은 갑자기 옵니다. ABN암로의 분석가가 한 말이 기억에 남아요. "대규모 매도가 없어도, 외국인이 사는 걸 조금만 줄여도 금리는 크게 요동칠 수 있다"고요. 이건 누군가 팔아치우는 상황이 아니라, 아무도 사러 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거든요.
그리고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어요.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 경제 규모 대비 빚이 100%를 넘는 유로존 나라들이 여럿 있습니다. 로이터는 이 나라들로 불안이 번질 가능성을 지목했어요.
---
오늘 하나만 기억하신다면 이겁니다.
프랑스 채권시장의 불안은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불안의 진짜 원인은 빚의 규모보다, 그 빚을 줄이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는 것.
나인티원의 분석가는 CNBC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프랑스가 위기로 치닫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 이 말이 오래 남네요.
---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