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8 18:50 · 팟캐스트
삼정KPMG “VC 투자 회복에 IPO 비중↑…실적이 관건” [시그널]
‘VC 투자로 읽는 IPO 시장 트렌드’ 발간 상반기 신규 투자 56.2% 증가 IPO 통한 투자회수 비중 37.9%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2025년 7월 8일, 삼정KPMG가 발표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시작할게요. 올 상반기 기준으로 정리된 데이터입니다.
---
스타트업 창업자 한 명을 상상해 보시겠어요. 몇 년째 투자를 받으며 회사를 키워왔는데, VC로부터 슬슬 출구 전략을 물어보는 연락이 오기 시작했어요. 팔리는 게 나을지, 상장이 나을지. 그 선택지 앞에 서 있는 겁니다.
---
VC는 돈을 영원히 묶어둘 수 없어요. 언젠가 회수해야 하거든요. 그 방법이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다른 회사에 파는 것이고, 하나는 주식시장에 상장시키는 겁니다. 오랫동안 "파는 쪽"이 더 많았어요. 2022년에는 절반이 넘는 비중이 매각을 통한 회수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IPO, 즉 상장을 통한 회수 비중이 2022년 사 분의 일 수준에서 올 상반기에는 거의 열에 넷 가까이로 올라왔습니다. 매각 비중은 반대로 줄었고요. VC들이 이제는 팔기보다 시장에 내놓는 쪽을 더 자주 선택하고 있다는 얘기예요.
---
이게 한 회사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올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 규모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절반 이상 늘었거든요. 돈이 늘었다는 건 나중에 돌려받아야 할 돈도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죠. IPO를 통한 회수 수요도 자연히 커질 수밖에 없어요.
업종도 골고루 퍼진 게 아니라 특정 방향으로 쏠리고 있어요. 바이오·의료, 전기·기계·장비, ICT 제조 — 이 세 분야가 올 상반기에 특히 많은 투자를 받았어요. 그리고 이 분야들은 코스닥 기술특례 제도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무 요건을 채우지 못해도 기술력이나 성장성으로 심사받아 상장하는 길이거든요. 그 비중이 코스닥 전체 상장에서 이미 절반을 넘었어요.
---
여기서 좀 뒤집어볼 지점이 있어요. IPO 문이 넓어진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더 좁아지고 있거든요.
심사 기준이 오히려 까다로워졌어요.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 사이에 심사를 철회하거나 승인을 받지 못한 기업들을 분석했더니, 그 중 열에 여덟 이상이 매출 안정성이나 실적 변동성 같은 이유를 받았다고 해요. 기술이 있다고, 성장성이 있다고 통과되던 시절이 달라진 거죠. "이 회사가 진짜로 돈을 벌 수 있느냐"를 묻는 심사로 바뀌고 있는 겁니다.
---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보고서에서 삼정KPMG 강인혜 부대표가 이런 말을 했거든요. "IPO는 상장 승인이나 공모가 극대화로 끝나는 단기 이벤트가 아니다." 상장 이후에도 실적과 주가를 계속 관리해야 하는 과정이라고요.
그게 당연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동안 많은 회사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해요. 상장 자체를 목표로 달려온 거죠.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 시차가 크게 느껴졌을 겁니다. 화려하게 상장됐는데, 이후 주가가 흘러내리는 경험. 한두 번 있으셨던 분들 계실 거예요.
오버행이라는 말이 있어요. 상장 후 대량의 주식이 시장에 쏟아질 수 있는 상태를 뜻하는 말인데요. VC도, 초기 투자자도 결국 언젠가 팔아야 하니까요. 그 압박이 상장 직후부터 주가에 영향을 미칩니다. 보고서도 이 부분을 선제적으로 정비해야 할 요소로 꼽았어요.
---
오늘 기억할 건 하나예요.
VC가 IPO로 돈을 회수하는 비중이 늘었다는 건,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숙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 그런데 동시에, 그 문을 통과하는 게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해요. 기술이 있다고 상장되던 시절에서, 기술도 있고 실적도 보여야 하는 시절로 넘어가는 중인 겁니다.
그게 투자자한테 나쁜 일인지, 좋은 일인지 — 저는 정답을 드리기 어렵지만, 적어도 상장 이후를 생각하게 만드는 방향이라는 건 맞는 것 같아요.
---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