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0 00:00 · 팟캐스트
‘기름값 폭등’에 정유·석화 랠리…롯데케미칼·대한유화 10%대 급등 [이런국장 저런주식]
중동 리스크 확대에 유가는 고공행진 정유·석화, 원가 부담 넘어 마진 개선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2025년 9월 9일, 오후 장 기준 이야기입니다.
---
주유소 가격표를 오래 쳐다본 적 있으신가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냥 지나쳤을 숫자인데, 어느 순간부터 멈추게 되는 그 느낌. 지금 국제 에너지 시장이 딱 그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
중동에서 군사 충돌이 번지면서 원유 가격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시장에서 주목받은 건 원유 자체가 아니었어요. 미국 경유, 그러니까 디젤 가격이 1년 사이에 5분의 3이 넘게 뛰어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는 겁니다. 1년 만에 60% 폭등. 운송업, 물류, 농기계 — 경유가 안 쓰이는 산업을 찾기가 더 어렵죠.
유럽 쪽도 사정이 다르지 않아요. 겨울이 오기 전에 가스 재고를 채워야 하는데, 지금 재고 수준이 이천십칠 년 이후 가장 낮다는 신호가 나왔습니다. 유럽이 가스를 확보하러 나서면 동북아시아 쪽 엘엔지 가격도 같이 올라갑니다. 에너지 시장은 연결돼 있거든요.
---
이게 한 나라, 한 업종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보통은 원가 부담 이야기가 먼저 나오잖아요. 그런데 오늘 시장은 반대 방향으로 읽었어요. 원가가 오르는 속도보다 최종 제품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를 수 있다, 그러면 마진이 오히려 커진다는 판단이 들어온 겁니다.
국내 정유·화학주가 오늘 장을 이끈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롯데케미칼이 열두 퍼센트 넘게 뛰었고, 대한유화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 중이에요. 나프타를 고온에서 분해해서 기초 화학 원료를 만드는 엔씨씨 설비를 주력으로 가진 회사들이죠. 공급이 줄고 수요가 버텨주면, 이 설비를 가진 곳들이 가장 먼저 혜택을 봅니다.
---
그런데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에너지 가격이 올랐는데 관련 주가도 오른다 — 여기까지는 익숙한 흐름이에요. 근데 오늘 코스피 전체도 같이 올랐거든요. 오후 한 시 반쯤 기준으로 칠천 포인트를 넘어서 칠천 오십 선에서 거래되고 있었어요. 개인 투자자들이 꽤 많이 팔아치우는 와중에 기관이 받아냈고,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자사주 매입이 쏟아지는 매물을 받아내는 구조였습니다.
예상과 다른 지점이 거기 있어요. 중동 리스크 확대라는 뉴스는 보통 시장을 누릅니다. 불확실성이니까요. 그런데 오늘은 그 리스크가 오히려 에너지 관련 업종에 수익 기대를 불러일으켰고, 그게 지수 전체를 올린 동력이 됐습니다. 위기 신호가 랠리 신호로 읽힌 거죠.
---
마음에 걸리는 건 이겁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마진 확대로 이어지는 국면이라고 시장은 지금 보고 있는데, 이 판단이 맞으려면 수요가 버텨줘야 해요. 겨울이 오기 전에 유럽이 가스를 더 사들일 거라는 예상, 중국 원유 수입이 늘고 있다는 흐름 — 이게 지속되는 동안은 논리가 맞습니다. 그런데 경유 가격이 이 속도로 계속 오르면 결국 수요 쪽이 먼저 꺾일 수도 있거든요. 비용이 너무 비싸지면 덜 쓰게 되니까.
공급 부족이 마진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와, 그 가격이 수요 자체를 줄인다는 이야기는 사실 한 이야기의 두 얼굴입니다. 지금 시장은 앞면만 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진짜 구조적 전환점에 와 있는 건지 — 그 판단은 아직 열려 있어요.
---
오늘 기억하실 것 하나만 꼽자면, 이겁니다.
에너지 위기는 언제나 누군가의 원가 문제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수익 기회입니다. 오늘 시장은 그 두 얼굴 중 하나를 골라 베팅했어요. 그게 맞는 선택이었는지는 겨울이 지나봐야 알겠죠.
---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