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9 20:06 · 팟캐스트
면세점 기준환율 한 달 만에 또 내린다…미끄러지는 환율에 경영 셈법 ‘안갯속’
10일부터 기준환율 1400원→1350원 7월 100원 인하 후 추가 인하 환율 변동폭 크고 방향전환 급격 환율 하락 효과로 백화점 가격역전은 해소 비싸게 산 재고 싸게 팔아야 해 마진부담 상승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2025년 7월 9일 기준으로 나온 이야기입니다. 국내 면세점들이 가격 계산에 쓰는 기준환율을 또 바꿨다는 소식인데요, 숫자만 보면 그냥 환율 뉴스처럼 보이거든요. 그런데 조금 들여다보면 면세점이라는 공간이 지금 꽤 이상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게 보입니다.
명품 매장 앞에 줄을 서고 있다고 생각해 보시겠어요. 같은 가방인데, 세 달 전이랑 오늘이랑 가격이 다릅니다. 면세점 가격이 백화점보다 비쌌거든요. 그게 이제 다시 역전됐습니다.
롯데·신라·신세계·현대, 국내 면세점 네 곳이 이번 주부터 국산 브랜드 제품에 적용하는 기준환율을 달러당 천사백 원에서 천삼백오십 원으로 낮춥니다. 한 달 전에 천오백 원에서 천사백 원으로 낮춘 뒤 바로 또 내린 거예요. 1년 사이에 벌써 다섯 번째 조정입니다.
기준환율이라는 게 조금 낯선 개념이긴 한데요. 면세점은 국내 브랜드 제품을 원화로 사들이잖아요. 그걸 달러로 팔아야 하니까, 내부적으로 '우리는 이 환율 기준으로 계산할게'라고 정해놓은 숫자입니다. 시장환율이랑은 별개로 업계가 자체적으로 정하는 거예요.
이 숫자가 왜 바뀌었냐면, 시장이 너무 빨리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6월 초에는 천오백육십 원대였는데, 7월 9일에는 천삼백삼십 원대까지 내려왔습니다. 두 달 사이에 이백 원 넘게 떨어진 거예요. 이 속도가 업계 입장에선 대응하기가 너무 빠른 겁니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기준환율을 3~4년에 한 번 바꿨다고 해요. 그게 1년에 다섯 번이 됐습니다. 방향도 오르고 내리고, 또 내리고. 업계 관계자 말대로라면 "이례적인 수준"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거죠.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있어요. 이번 기준환율 인하가 소비자한테 꼭 좋은 소식이냐면, 딱 절반만 그렇습니다.
내국인한테는 유리합니다. 환율이 내리면 수입 명품의 원화 환산가가 낮아지거든요. 디올 가방 하나를 예로 들면, 세 달 전 환율로 계산하면 면세점 가격이 백화점보다 팔십만 원 넘게 비쌌습니다. 지금은 면세점이 다시 싸져요. 가격 역전 현상이 풀리는 겁니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한테는 반대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보유한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것만 해도 구매력이 줄었는데, 기준환율 인하로 국산 화장품 같은 제품의 달러 표시가격이 올라가기까지 하거든요. 고환율 때 한국 면세점을 많이 찾던 외국인들한테는 이제 예전만큼 메리트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면세점이 내국인과 외국인을 동시에 잡는 구조인데, 환율 방향 하나로 두 고객군의 이해가 정확히 엇갈리는 상황이 된 거거든요. 어느 쪽을 더 챙겨야 하는지, 업계도 지금 그걸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거기에 수익성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환율이 높을 때 비싸게 사들인 재고를, 환율이 내린 지금 팔아야 한다는 거예요. 재고를 언제 얼마나 쌓아두느냐가 지금 면세점 MD들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합니다. 이건 가격 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오늘 기억할 것 하나입니다. 면세점이 가격을 바꾸는 건 단순히 환율을 반영하는 게 아닙니다. 내국인과 외국인 고객 사이에서, 재고 손실과 가격 경쟁력 사이에서, 실시간으로 균형점을 찾는 작업이에요. 환율이 오를 때도 내릴 때도 면세점이 손해 보는 구조가 생기는 건, 변동 폭이 크기 때문이 아니라 변동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라는 점이 남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