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LENS

같은 이슈, 네 가지 시선

서울경제신문

← 오디오 목록으로

2026.09.09 21:44 · 팟캐스트

여의도 집결한 글로벌 투자자들…“한국 자본시장, 지금이 전환점”

■KB금융그룹 코리아 컨퍼런스 양종희 “밸류업으로 韓시장 체질 개선…재평가 여지 커져” 반도체, 장기계약 확대로 과거보다 사이클 안정화 기대 전망 “하이퍼스케일러 투자 회수 실패 땐 자본 파괴 위험” 경고도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2025년 6월 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자리에서 나온 말들을 바탕으로 합니다. 반도체 주식을 들고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이런 밤을 겪어봤을 거예요. 실적 발표 전날 밤. 숫자가 잘 나올 것 같은데도 왠지 불안한 그 느낌. 이유는 단순했거든요 — 다음 분기에 수요가 얼마나 될지, 아무도 몰랐으니까요. 그게 반도체 산업의 오랜 숙명이었어요. 좋을 땐 넘치고, 나쁠 땐 말랐죠. 그런데 이날 여의도에 모인 전문가들은 그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고 했어요. 핵심은 장기 공급계약입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대형 빅테크들이 AI 인프라를 쌓기 위해 반도체 물량을 미리, 그것도 장기간 확보하기 시작했거든요. 반도체 업체 입장에서는 분기마다 수요를 예측하는 대신, 어느 정도 깔린 수요를 보고 움직일 수 있게 된 거예요. KB금융지주의 전략가는 이 변화를 이렇게 표현했어요. "반도체 산업이 주기의 영향을 덜 받는 시장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TSMC처럼, 실적이 오르락내리락하지 않고 꾸준하게 쌓이는 구조로 가면, 지금 저평가된 한국 반도체 기업의 주가도 그 격차를 좁혀갈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이게 한두 기업의 얘기가 아니에요. AI가 더 고도화될수록 메모리 수요는 지금보다 몇 배씩 뛴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자율형 AI, 그리고 로봇처럼 물리적으로 작동하는 AI까지 본격화되면 메모리 수요가 지금의 열 배 수준까지 늘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어요. 반면 새 공장을 지어서 실제로 칩을 찍어내기까지는 삼사 년이 걸려요. 그러니까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는데 공급이 따라오는 건 한참 뒤라는 거죠. 이 구조가 2028년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이날 컨퍼런스의 시각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같은 자리에서 전혀 다른 목소리가 나왔거든요. 제프리스의 글로벌 주식전략총괄은 이렇게 말했어요. "하이퍼스케일러 대부분이 실제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빅테크들이 AI에 쏟아붓는 돈은 내년에 약 천삼백이십조 원에 달할 전망인데, 그게 돈이 되어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그는 19세기 철도 광풍에 비유했어요. 선로는 깔렸지만 투자한 돈 대부분은 사라진 그 이야기요. 흥미로운 건, 그가 "아직 그 시점은 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는 거예요. 시장이 언제까지 이 투자를 믿어줄 거냐, 그게 진짜 변수라고 했죠. 저는 그 표현이 마음에 남았어요. "아직"이라는 단어. 지금은 유효하지만, 유통기한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잖아요. 반도체 사이클이 안정됐다는 낙관과, 자본이 파괴될 수 있다는 경고가 같은 무대에서 나왔다는 것 — 그 장면 자체가 지금 이 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하나만 기억해 간다면 이겁니다. 장기계약이 반도체 실적의 변동성을 줄여주는 건 맞는 방향이에요. 하지만 그 계약의 상대방이 실제로 돈을 회수할 수 있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어요. 구조가 바뀐 것과 위험이 사라진 것은 다른 얘기거든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