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9 20:54 · 팟캐스트
빅테크처럼…중기 ‘에이스’ 빼가는 대기업, 결합심사 받는다
[공정위, 기업결합 신고요령 개정안 행정예고] AI 인재 경쟁에 새 기준 마련 핵심 연구진 조직적 영입하고 기존 사업 이어가면 결합 판단 꼼수 M&A ‘애크하이어’ 방지 단순 스카우트는 신고서 제외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이달 말, 그러니까 공정거래위원회가 행정예고 마감을 앞두고 내놓은 개정안을 기준으로 합니다.
AI 스타트업을 하나 상상해 보시겠어요. 창업자 둘, 핵심 연구원 서넛. 회사 건물도 없고, 공장도 없어요. 사람이 곧 회사인 거죠. 그런데 어느 날 대기업에서 연락이 옵니다. 회사를 사겠다는 게 아니에요. "당신들만 오면 됩니다."
이게 애크하이어입니다. 인수(acquisition)와 채용(hire)을 합친 말이에요. 회사 지분을 사지 않고, 사람과 기술만 데려가는 거거든요. 그러면 기업결합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됩니다. 그게 핵심이에요.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4년 AI 스타트업 인플렉션AI의 공동창업자와 핵심 인력 대부분을 영입하고, 동시에 AI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어요. 거래 규모는 육억오천만 달러로 알려졌죠. 회사를 산 게 아니에요. 그런데 창업자가 나가고, 기술도 넘어가고, 인플렉션AI는 사업을 접었어요. 결과만 보면 인수합병이랑 다를 게 없죠.
영국 경쟁시장청은 이걸 기업결합 사건으로 봤어요. 회사가 아니라 사업이 넘어간 거라고 판단한 거죠. 구글도 캐릭터AI 공동창업자와 일부 직원을 영입하면서 이십칠억 달러짜리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고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에 손을 댄 게 바로 이 지점입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핵심 인력이 조직적으로 이동해 기존 사업이 사실상 넘어간 경우, 이걸 기업결합으로 보고 심사를 받게 됩니다.
여기서 한 번 뒤집어 볼 부분이 있어요. 이 거래를 나쁘게만 보기가 어렵다는 거예요. 영국 규제 당국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플렉션AI 건을 들여다봤지만 결국 승인했어요.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없다고 봤거든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이게 좋은 엑싯이 될 수도 있어요. 창업자가 큰돈을 받고 더 큰 조직으로 넘어가는 거니까요.
그러면 이 규제가 막으려는 게 뭔가. 공정위 위원장이 쓴 표현이 좀 걸렸어요. "K-엔비디아 회사들이 반도체 대기업에 인수될 수 있다"고 했거든요. 성장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이 충분히 커보기도 전에 대기업 안으로 흡수돼버리는 구조, 그걸 막겠다는 거죠.
근데 저는 이 대목이 좀 복잡하게 느껴졌어요. 규제가 생기면 거래 자체가 위축될 수 있거든요.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걸 알면 대기업이 처음부터 접근을 안 할 수도 있고,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어요. 어디까지가 보호이고 어디서부터가 간섭인지, 그 선이 쉽지 않죠.
오늘 기억할 것 하나만 고르면 이겁니다. 이제 사람을 사는 것도 기업 인수로 볼 수 있다는 거예요. AI 시대에는 사람이 곧 자산이거든요. 그 이동을 규제가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는지, 이번 개정안은 그 첫 시도입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