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9 21:38 · 팟캐스트
정부, 먹는 임신중지약 ‘미프진’ 국내도입 허용 가닥
복용대상 ‘임신 9주 이하’로 2년간 병원 내 처방·제조도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2025년 9월 9일 기준으로 나온 소식입니다.
병원 문을 닫고 나오는 길을 상상해보세요.
처방전 한 장을 손에 쥐고, 약국으로 걷는 대신 그냥 집으로 향하는 길.
지금 한국에선 그 경로가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 길이 열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정부가 먹는 임신중지약 미프진의 국내 도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임신 아홉 주 이하인 경우에 한해서요.
처음 이 약이 공론장에 오른 게 이천십구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을 때였습니다.
그로부터 일곱 해가 흘렀습니다.
그동안 이 약을 기다려온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낙태죄 조항은 이천이십일년부터 이미 효력을 잃었거든요.
법적으로는 비어 있는 공간이 생겼는데, 그 공간을 채울 약도, 제도도 없었습니다.
병원을 찾아도 안내받을 수 없고, 해외에서 구하면 불법의 경계에 서야 했던 상황이었죠.
의료 공백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오래된 공백이었어요.
이게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닌 이유가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미프진을 필수 의약품 목록에 올려두고 있고, 이 약을 허용하지 않은 나라가 오히려 소수였습니다.
한국은 그 소수 중 하나였던 거고요.
수술 없이 약으로 임신을 중지하는 선택지가 없다는 건, 선택 자체의 조건이 다르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 제가 멈칫한 대목이 있어요.
이재명 대통령이 칠월 국무회의에서 조기도입을 주문한 뒤, 두 달 만에 방안이 구체화됐다고 합니다.
일곱 해 동안 움직이지 않던 논의가 두 달 만에 윤곽을 잡은 거잖아요.
그렇다면 그 일곱 해 동안 무엇이 막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거죠.
후속 입법 지연이라고 기사는 설명하는데, 그 지연의 무게를 누군가는 몸으로 감당하고 있었을 테니까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처음 이 년간 병원 안에서만 처방과 제조가 이뤄지고, 그 이후에 약국 조제로 전환하는 단계적 구조입니다.
식약처 심사가 끝나야 최종 허가가 나고, 모자보건법과 형법 개정도 병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요.
도입이 결정됐다기보다는, 도입을 향한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시점입니다.
그 구조가 실제로 완성되기까지 또 얼마나 걸릴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오늘 기억할 것 하나만 고른다면 이겁니다.
약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 약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말입니다.
지금 한국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