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1 00:17 · 팟캐스트
SLL중앙·프랙시스, 1050억 조달…큐리어스, 오너家 1300억 담보 [시그널]
큐리어스파트너스서 투자 CB 500억·CPS 550억 매입 BGF리테일 주식 등 담보잡아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2025년 6월 10일, 투자은행 업계에서 조용히 발표 하나가 나왔어요. 국내 사모펀드 큐리어스파트너스가 SLL중앙에 천오백억 원 가까운 돈을 집어넣기로 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드라마 제작사 이야기입니다. 이달 23일, 그러니까 불과 2주 뒤에 갚아야 할 빚이 있었거든요. 공모채 삼백오십억 원. 날짜가 코앞인데 돈이 없는 상황이었어요.
SLL중앙은 지상파·케이블 드라마를 만드는 콘텐츠 회사예요. 모회사 격인 중앙홀딩스가 회생절차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었고, 그 여파가 여기까지 닿은 거죠. 회사 자체가 문제 있는 게 아니라, 위에서 내려온 불똥이었다는 점이 이 이야기의 배경입니다. 직접 회생에 들어간 건 아니고 정상 기업이에요. 그런데 그게 오히려 어려운 상황이 됐죠 — 아직 망하지 않았으니 구제 대상도 아니고,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고.
이때 들어온 게 큐리어스파트너스예요. 총 천오십억 원을 집어넣기로 했는데, 조건이 하나 있었어요. 오너 일가가 직접 담보를 내놓으라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BGF리테일 상장주식 등 약 천삼백억 원어치가 담보로 걸렸어요. 투자금보다 담보가 더 큰 셈이죠. 저는 이 대목이 좀 인상적이었어요. 그냥 회사가 약속하는 게 아니라, 오너 개인 재산을 직접 걸게 한 거잖아요. 사모펀드가 이 구조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보호했는지가 보이는 지점이었거든요.
그 돈으로 SLL중앙은 일단 이달 말 만기 공모채를 갚을 수 있게 됐고요. 기존 채권 금융기관들의 만기도 연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장의 위기는 넘긴 거예요.
그런데 이게 SLL중앙만의 이야기는 아니에요. 요즘 콘텐츠 업계 전반이 비슷한 처지거든요. OTT 시장이 커지면서 제작비는 올랐는데, 수익 구조는 아직 따라오질 못하고 있어요. 좋은 IP를 가지고 있어도 현금이 부족하면 버티질 못하는 상황이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그 틈을 사모펀드가 파고드는 흐름이 생기고 있는 거죠.
여기서 뒤집어볼 게 하나 있어요. 이걸 흔히 "구조화 투자"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하면 채권처럼 이자 받고, 주식처럼 전환도 할 수 있는 구조예요. 큐리어스는 나중에 회사가 팔릴 때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내부수익률 십 퍼센트 중후반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게 나쁜 건 아니에요. 위험을 지는 대가로 수익을 가져가는 거니까요. 그런데 저는 이 대목에서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어요. 콘텐츠 회사가 재무 위기를 넘기는 방식이 점점 이런 구조화 금융에 의존하게 될 때, 드라마 한 편 만드는 결정이 어떻게 바뀔까 하는 거예요. M&A를 염두에 두고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한다면, 리스크 높은 신인 작가 작품보다는 검증된 IP를 재활용하는 게 더 안전하게 느껴질 수 있잖아요. 정답은 모르겠어요. 다만 자금 구조와 콘텐츠 선택이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은 드더라고요.
오늘 기억할 것 하나만 남긴다면요. 이번 투자 성사의 핵심은 콘텐츠가 아니라 담보였다는 거예요. 회사의 IP도, 드라마 흥행 가능성도 아니라, 오너 일가가 직접 가진 주식을 걸었을 때 비로소 돈이 들어왔거든요. 콘텐츠 가치를 어떻게 재무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 그게 이 업계가 계속 풀어야 할 숙제 같아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