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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슈, 네 가지 시선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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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2 00:21 · 팟캐스트

열흘 동안 349억 7000만 달러. 관세청이 11일 발표한 이달 1~10일 수출 실적입니다. 1~10일 기

■내수로 못 번지는 ‘수출 온기’ 반도체 홀로 수출 증가액 76% 차지 타 제조업보다 생산·고용 기여 적어 금리 올라 원금상환·생활비 부담도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2024년 9월 11일, 관세청이 이달 첫 열흘 치 수출 실적을 발표한 날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아침에 출근하는 지하철 안을 한번 떠올려보시겠어요. 자리가 없어서 서 있는 사람들. 핸드폰을 보거나 눈을 감거나. 그 사람들 중 일부는 지금 일자리 걱정을 하고 있을 겁니다. 같은 시각, 어딘가의 반도체 공장은 역대 최고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었고요. --- 수출 숫자만 보면 지금 한국 경제는 꽤 좋아 보입니다. 이달 첫 열흘 동안 수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여든 퍼센트 넘게 뛰었고,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거든요. 특히 반도체는 혼자서 전체 수출 증가분의 사분의 삼을 끌어올렸습니다. 이 정도면 호황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죠. 그런데 같은 기간, 제조업에서 일하는 사람 수는 스물여섯 달 연속으로 줄고 있습니다. 청년 취업자는 마흔여섯 달째 감소 중이고요. 수출은 오르는데 일자리는 빠지는 상황.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그 구조를 한번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 반도체 산업의 특성 때문입니다. 한국은행 기준으로 반도체의 취업유발계수는 십억 원당 2.4명입니다. 제조업 평균은 5.1명이에요. 같은 돈을 써도 반도체는 일자리가 절반도 안 생긴다는 뜻이죠. 조선이나 석유화학 같은 업종은 생산이 늘면 부품 업체, 협력사, 물류까지 함께 움직입니다. 반도체는 그 연결고리가 상대적으로 짧아요. 대기업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그 온기가 중소기업이나 골목 상권까지 내려오는 경로 자체가 좁은 거예요. --- 여기서 예상과 좀 다른 지점이 있습니다. 보통 수출이 좋아지면 몇 분기 뒤에 내수도 따라온다고 알려져 있었거든요. 과거에는 그 시차가 한두 분기 정도였대요. 그런데 지금은 전문가들이 네다섯 분기를 이야기합니다. 1년이 넘게 걸린다는 거죠. 왜냐면 기업이 수출로 번 돈이 예전처럼 국내 투자나 고용, 임금으로 연결되는 속도가 느려졌기 때문이에요. 돈은 돌고 있는데, 그 순환 경로가 달라진 겁니다. --- 그리고 소비자 쪽에도 벽이 있습니다. 올해 이분기 말 기준으로 가계부채가 이천조 원을 넘었어요. 이천조. 명목소득이 조금 늘어도, 원리금 갚고 주거비 내고 나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얼마 남지 않습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수출 숫자가 아무리 좋아도, 그 성과를 실감하는 건 극히 제한된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 있다는 거거든요. 내 월급이 오른 게 아니라면, 반도체 수출 신기록은 뉴스 속 숫자로만 머물 수 있습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하신다면 이겁니다. 수출과 체감경기는 다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지금 그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그 격차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 — 이게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우리가 지켜봐야 할 진짜 질문입니다. 정답은 아직 없어요. ---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