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3 19:30 · 팟캐스트
17년 보유에 거주 4개월, 이건 투기인가
■이형일 청문회 서면 답변 살펴보니 공시가 30억 주택 稅부담 429만↑ 12억 기본공제 유지해도 부담 여전 “거주 중심 주택시장 정착이 방향성” 국회 논의과정서 14억 상향 가능성 장특공제 보유혜택 폐지 손볼수도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 그게 나온 날인 이달 13일 기준으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해요.
집 한 채. 팔지 않았고, 버리지도 않았어요. 그냥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그 집이 지금 나라 정책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어요.
이형일 후보자는 2009년에 경기 과천의 아파트를 샀어요. 사억 이천만 원이었죠. 열일곱 해가 지났고, 그동안 그 집에 산 기간은 두 번 합쳐서 넉 달이에요. 지금 그 아파트는 철거가 진행 중이고, 시세는 스무 억 원을 넘긴다고 해요. 사실 관계만 놓으면 그게 다예요. 그가 왜 그 집을 팔지 않았는지, 왜 그 집에 살지 않았는지 — 기사에는 나오지 않아요. 판단은 거기까지예요.
그런데 이 사람이 지금 해야 하는 일이 있어요. 바로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실행하는 자리예요. 이재명 대통령은 올 1월에 이런 말을 했거든요. "자신이 살지도 않으면서 투기 또는 투자용으로 오랫동안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 왜 세금을 깎아줘야 하느냐." 그게 이 정부 부동산 정책의 뼈대예요. 비거주 1주택자, 그러니까 집은 있는데 거기 살지 않는 사람에게 세금을 더 물리겠다는 거죠. 그 정책의 과세 대상에 부총리 후보자 본인이 들어 있는 셈이에요.
이게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닌 이유가 있어요. 2기 내각 장관 후보자 여섯 명 중 다섯 명이 비거주 1주택이거나 이른바 영끌 빚투로 자산을 형성한 것으로 확인됐거든요. 정책을 만들고 집행해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그 정책이 겨냥하는 사람들과 가까이 있어요. 정책의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죠. 여기에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난달 처음으로 열여섯 억 원 선을 넘었다는 소식도 겹쳤어요. "문재인 정부 시즌2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그런데 저는 이 대목에서 좀 멈추게 됐어요. 이 후보자는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재건축 주택은 정비사업 과정에서 거주가 어려운 시기가 있을 수 있어서 비거주 사실만으로 투기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어요. 재건축이라는 단서를 달았죠. 그런데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발언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어요. 재건축이 예외가 된다면, 같은 서울 안에서 부모를 봉양하러 이사 간 사람, 자녀 학교 때문에 옮긴 사람 — 이들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요. 예외에도 위계가 생기는 셈이라는 거예요. 그 지적, 저는 쉽게 흘려듣기가 어렵더라고요.
결국 시장에서 지금 주목하는 건 규제 완화의 속도와 범위예요. 비거주로 인정해주는 사유를 더 넓게 열어줄 것인지,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던 보유 기간 장기보유특별공제의 일정을 늦출 것인지, 임대 의무 기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거주가 된 임대사업자에게는 예외를 둘 것인지. 이 후보자 본인도 "국회 논의가 있다면 필요한 경우 반영하겠다"고 했어요. 다만 비거주자 공제 한도를 실거주자와 같은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은 청와대 내부에서 반대 기류가 강하다고 해요. 원칙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거죠.
마음에 걸리는 건 이거예요. 예외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게 아니에요. 모든 정책에는 예외가 필요하죠. 그런데 예외의 기준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그 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가 달라져요. 재건축 비거주는 예외이고, 봉양 비거주는 예외이고, 임대 비거주도 예외이고 — 그렇게 쌓이다 보면 원칙이 남는 건지, 예외만 남는 건지 구분이 흐려지거든요.
오늘 기억할 것 하나를 고른다면, 이거예요. 정책의 실제 방향은 발표된 문서보다 예외 조항이 얼마나 넓어지느냐에서 드러난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