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4 20:22 · 팟캐스트
같은 5,000억인데 배수는 두 배가 됐다
올 들어 업황 조정 국면에 캑터스, 동미전기 인수 지연 기업가치 두고 눈높이 벌어져 PMI·밸류업 전략에도 변수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2026년 9월 14일 기준 이야기입니다. 변압기 업계 M&A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데요, 숫자가 맞는데 계산이 안 맞는 상황이라고 할까요.
한 회사를 사려는 쪽이 있어요. 매도자 측이 제시한 가격은 오천억 원. 그 근거는 지난해 실적이었죠. 그런데 올해 들어 실적이 꺾이기 시작했어요. 가격은 그대로인데, 실적이 줄었으니까 — 같은 돈을 내고 사는 회사의 가치 배수가 두 배로 뛰어버린 겁니다.
캑터스피이가 동미전기공업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딱 이 상황이 벌어졌어요. 올 6월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는데, 그 이후로 기간을 한 번 연장했고, 지금도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함께 투자하려던 기관들이 신중론으로 돌아선 거죠. 가격이 틀린 게 아니라, 그 가격을 뒷받침하던 실적이 흔들렸을 때 — 투자자 입장에서 어떻게 느껴질지는 이해가 가시죠.
이게 동미전기공업 한 곳만의 이야기가 아닌 게, 변압기 업계 전반이 지금 비슷한 흐름에 있어요. 코스닥에 상장된 제룡전기를 보면, 올 상반기 매출이 칠백삼억 원이었는데 작년 같은 기간에는 천백억 원이 넘었거든요. 약 삼분의 이 수준으로 줄어든 거예요. 회사 측은 북미 배전변압기 경쟁이 심해졌고, 미국 정부의 관세도 영향을 줬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뒤집어 볼 게 있어요. 이 업계가 왜 이렇게 몸값이 높아졌느냐 — 불과 이삼 년 전만 해도 변압기는 그렇게 주목받는 산업이 아니었어요. 동미전기공업도 2023년 매출이 이백오십억 원대였는데, 지난해 말엔 천억 원을 넘었죠. AI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엄청나게 쓰면서, 전력 인프라 전체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거든요. 실적이 이만큼 빠르게 올랐다면, 조정이 있을 때 그 낙폭도 클 수밖에 없다는 걸 — 사는 쪽도 알고, 파는 쪽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실적이 피크를 찍고 내려오는 타이밍에, 그 피크 기준으로 가격을 매겼을 때 — 잘못된 판단이었냐는 거죠. 호황기 숫자가 그 회사의 진짜 가치를 반영하는 건지, 아니면 업황이 만들어준 일시적인 숫자인지를 어떻게 구분하느냐. IB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구조적으로 사라진 건 아니라고 봐요. 실제로 전력 인프라 분야 M&A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요. 그렇다면 지금 거래가 막혀 있는 건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타이밍과 가격의 문제라는 얘기가 되는데 — 그게 더 풀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오늘 기억할 것 하나만 꼽자면, 이겁니다. 같은 숫자가 다른 숫자를 만든다는 것. 오천억 원이라는 가격은 그대로인데, 기준이 된 실적이 달라지면 — 그 거래는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됩니다. 지금 변압기 M&A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결국 그 간극을 누가 먼저 좁히느냐의 문제일 거예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