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4 23:28 · 팟캐스트
같은 날 채권을 냈는데, 온도는 갈렸다
SK리츠 1000억 모집에 기관 수요 3650억 쇄도 제주은행 첫 신종자본증권 340억 모집에 480억 주문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2026년 9월 14일 기준 이야기입니다. 이날 채권 시장에서 두 가지 발행이 동시에 마무리됐어요.
고금리 공포가 채권 시장을 짓누르던 날이었습니다. 기관 투자자들은 새 채권 주문을 망설이는 분위기였고, 발행사 입장에서는 아무도 안 사면 어쩌나 싶은 날이었죠.
그날 수요예측 창구를 연 곳이 두 군데였습니다. SK리츠와 제주은행. 서로 다른 규모, 서로 다른 목적, 서로 다른 결과를 가지고 돌아왔어요.
SK리츠는 천억 원을 모으려 했습니다. 기관들이 들어온 주문은 삼천육백오십억 원이었어요. 모집액의 세 배 반이 넘게 들어온 거거든요. 방 하나를 열었는데 줄이 건물 밖까지 나간 셈이죠.
금리도 나쁘지 않게 나왔습니다. 시장이 이 회사에 매기는 기준 금리, 그 수준 그대로 모집액을 채웠어요. 할인을 해주거나 덤을 얹지 않아도 됐다는 얘기입니다.
SK리츠가 이 돈을 어디 쓰냐면 — 새로운 투자를 위해서가 아니에요. 10월 초에 만기가 오는 빚을 갚기 위해서입니다. 싼 채권이 나왔을 때 미리 갈아타 놓겠다는 거죠.
제주은행 쪽은 조금 다른 그림입니다. 만기가 삼십 년짜리, 신종자본증권이라는 금융상품이었어요. 은행 입장에선 자본 비율을 관리하는 도구입니다. 삼백사십억 원을 모으려 했고, 사백팔십억 원이 들어왔어요.
다만 금리는 희망 밴드의 상단에서 결정될 전망입니다. 발행사가 원한 최고 금리인 5.90%. 투자자들이 그 조건이 아니면 안 사겠다는 신호를 준 거예요.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같은 날, 같은 채권 시장, 두 회사 다 성공적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 체감은 달랐을 것 같거든요. SK리츠는 줄 세운 것들을 골라가면 됐고, 제주은행은 조건을 최대한 양보해서 겨우 채운 거잖아요.
둘 다 이긴 건 맞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겼느냐는 다르죠.
채권 시장에서 수요가 몰린다는 건 단순히 그 회사가 좋다는 뜻이 아닐 때도 있어요. 다른 데 갈 곳이 마땅치 않을 때, 그나마 신뢰할 수 있는 이름에 몰리는 거기도 하거든요. 고금리 불확실성이 클수록 그 경향이 강해집니다.
SK리츠의 신용등급은 에이에이 마이너스, 제주은행은 에이 플러스. 두 등급 차이인데 체감은 그것보다 컸을 수 있어요.
오늘 기억할 것 하나만 고르면 — 채권 발행이 잘됐다는 말 뒤에는 어떤 조건으로 잘됐는지가 있다는 것. 성공이라는 단어는 내막을 가려버릴 때가 있어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