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4 10:50 · 팟캐스트
바다 위에 흰 철탑 10기가 솟아 있습니다. 해수면에서 회전날개 끝까지 227m, 남산서울타워(약 239m)
[전남해상풍력 1단지 가보니] SK E&S-CIP 합작…첫 민간 사업 발전기 10기서 年 9만가구분 생산 1년간 소득 55억 지역사회에 환원 ‘7조 투입’ 2·3단지 완공 땐 900㎿ 호남 반도체 24시간 돌릴 ‘젖줄’로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이 이야기는 이달 십 일,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한 현장에서 시작합니다.
배를 타고 사십 분쯤 달렸을 때입니다. 수평선 너머로 흰 철탑들이 나타났어요. 가까이 다가가 보니 남산서울타워만 한 높이의 발전기 열 기가 바다 한가운데 서 있었습니다. 길이 구십칠 미터짜리 날개가 천천히, 그리고 묵직하게 돌고 있었죠.
이 장면이 그냥 그림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있어요.
이게 한국에서 민간 기업이 주도해서 만든 해상풍력 발전단지 중 처음으로 상업운전에 들어간 곳이거든요. SK이노베이션 E&S와 덴마크 회사가 함께 팔천칠백억 원을 들여 지었고, 지난해 오월부터 전력을 만들고 있습니다. 연간 약 구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전기가 이 바다에서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팔천칠백억 원이라는 숫자보다, 이 발전소가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 하는 생각이요. 해상풍력은 허가받는 데만 수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어업인·주민 반발, 환경 심사, 전력계통 연결 문제까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게 보통이었거든요. 실제로 국내 해상풍력 프로젝트 상당수가 허가 문턱에서 멈춰 섰고요. 그걸 넘어서 실제로 돌아가는 발전기를 세웠다는 게, 숫자보다 더 무거운 의미를 갖습니다.
지금 이 단지 하나로 끝날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인근 해역에 후속 사업이 준비 중이에요. 이게 완성되면 이 일대에 원전 한 기 수준의 발전 규모가 갖춰집니다. 핵심은 타이밍이에요. 광주·전남 지역에 반도체 공장이 들어오면, 멀리 서울까지 전기를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거거든요. 현지에서 만들어 현지에서 쓰는 구조. 태양광은 낮에, 해상풍력은 밤에 — 이 둘이 서로의 빈틈을 채우면 이십사 시간 돌아가는 반도체 공장에 딱 맞는 전력원이 된다는 거죠.
한 가지 뒤집어 볼 지점이 있어요.
해상풍력이라고 하면 보통 전기 만드는 이야기로 끝나는데, 이 단지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수익을 받고 있어요. 이른바 '바람소득'이라고 부르는 건데,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해서 올 상반기까지 누적으로 오십오억 원이 신안군과 자은도 주민들에게 지급됐습니다. 발전 수익을 지역과 나누는 구조를 처음부터 설계에 넣은 거예요. 이게 중요한 이유는, 주민 동의 없이는 어떤 에너지 시설도 결국 멈춰 서게 된다는 걸, 이 사업이 알고 있었다는 거거든요.
그래도 마음에 걸리는 게 남아요.
후속 사업의 착공이 2028년, 전력 공급은 2031년이에요. 그 사이에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이 실제로 실현될지, 정부 정책금융 지원이 계속 이어질지 — 이 가운데 어느 하나만 흔들려도 타임라인 전체가 밀릴 수 있거든요. 현장에서 확인한 건 '가능성'이지, '보장'이 아닙니다.
오늘 하나만 기억하신다면 이겁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민간 해상풍력이 실제로 돌아가는 현장이 생겼다는 것. 그리고 그 현장이, 에너지 문제와 지역 문제와 산업 문제를 한꺼번에 품으려는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것. 결과는 아직 열려 있어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