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5 21:05 · 팟캐스트
30년 넘은 하수관 6000㎞…서울 ‘발밑’이 불안하다
■4년 새 지반침하 4배 증가 10건 중 4건 지하 하수관 손상 탓 매년 150㎞ 노후화…정비는 100㎞ 50년 넘은 관로도 3300㎞에 달해 서울만 국비지원 제외돼 보수 한계 市 “시민안전 위협, 보조금 복원을”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2026년 9월 15일 기준으로 나온 이야기를 들고 왔어요. 서울 땅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수유역 근처에서 출근길에 땅이 꺼졌어요. 깊이 2미터, 폭 3미터. 사람이 서 있었다면 그냥 빠졌을 크기예요.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지하철역 바로 옆이었어요.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시간대, 가장 많은 자리 중 하나였죠.
이게 처음이 아니에요. 공덕역 근처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고, 제기동에서도 있었어요. 올해만 서울에서 열다섯 건이 발생했고요. 4년 전인 2021년엔 한 해에 열한 건이었는데, 지난해엔 마흔두 건으로 늘었어요. 4배 가까이 된 거예요. 매년 더 자주, 더 많이 꺼지고 있는 거죠.
왜 꺼지냐고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게 하수관 손상이에요. 하수관에 금이 가거나 구멍이 뚫리면, 주변 흙이 물에 쓸려 내려가요. 그럼 땅속에 빈 공간이 생기고, 그게 어느 순간 버티지 못하면 위에서 내려앉는 거예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래된 관들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는 셈이에요.
서울 하수관로 절반 이상이 지은 지 삼십 년을 넘었어요. 그리고 매년 서울시가 정비하는 구간은 백 킬로미터 안팎이에요. 반면 매년 새롭게 노후 관로로 분류되는 구간은 백오십 킬로미터예요. 고치는 것보다 낡아가는 게 더 빠른 구조예요. 정비를 멈추지 않아도 전체 노후 관로는 줄어들지 않아요. 쫓아가도 줄어들지 않는다는 게 저는 좀 무서웠어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예상을 빗나가는 부분이 있어요. 서울 같은 대도시라면 당연히 정부 지원을 받을 것 같잖아요. 그런데 현행 제도상 하수관로 정비 국비 보조는 광역시, 시·군엔 들어가는데 특별시, 즉 서울엔 없어요. 2008년까지는 받았는데, 하수도 보급률이 올랐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빠졌거든요. 지난해 명일동에서 사망 사고가 난 뒤 삼백삼십팔억 원이 일회성으로 들어온 게 최근 5년간 유일한 국비 지원이에요. 사고가 난 다음에 한 번, 그게 전부였던 거예요.
서울시도 내년 예산 요청을 했어요. 정비사업비의 삼십 퍼센트를 국비로 달라고요. 근데 정부가 국회에 낸 예산안엔 반영이 안 됐어요.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관로가 낡아가는 속도를 이미 알고 있고, 고치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예산 구조는 사고가 터진 뒤에야 움직이는 방식이에요. 전문가들도 같은 말을 해요 — 사고 난 뒤 복구보다 위험 구간을 먼저 찾아서 막는 게 낫다고요. 당연한 말인데, 현실에서는 그 순서가 자꾸 뒤집혀요. 왜 그럴까요. 예방은 표가 나지 않아서일까요, 아니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오늘 기억할 것 하나만 고른다면 이거예요. 고치는 속도보다 낡아가는 속도가 더 빠른 구조. 그 사실 하나요. 출발점이 거기 있는 것 같거든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