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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슈, 네 가지 시선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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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6 17:14 · 팟캐스트

美 가상화폐 제도화 좌초...트럼프 이해충돌에 ‘클래리티법’ 초당 협상 파국

‘클래리티법’, 상원 절차 표결에서 부결 찬성 49 대 반대 50...여당에서도 이탈 공화당 ‘고위직 밈코인 제한’ 수정안에도 민주당 ‘대통령 처분 의무’ 강수에 결렬 중간선거 휴회 감안, 연내 통과 불투명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2026년 9월 15일, 미국 현지 시간 기준으로 벌어진 일입니다. 미국 연방 상원에서 표결이 하나 열렸고, 가상화폐 업계가 몇 년째 기다려온 법안이 그날 밤 사실상 끝났습니다. --- 상원 의사당 안을 잠깐 상상해 보시겠어요. 찬성표가 하나씩 들어옵니다. 마흔 일곱, 마흔 여덟, 마흔 아홉. 거기서 멈춥니다. 반대는 쉰. 법안 진행에 필요한 예순 표엔 열 표가 모자랐습니다. 클래리티법, 이날 상원 문턱에서 좌초됐습니다. --- 이 법안이 뭘 하려 했는지 먼저 짚고 가야 할 것 같아요. 가상화폐는 지금까지 법 안에서 어디 속하는지가 불분명했거든요. 주식인지, 상품인지, 아니면 그냥 인터넷 토큰인지. 클래리티법은 그 모호함을 끝내려 했습니다.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상품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증권형 가상화폐는 증권거래위원회가 관할한다고 선 긋는 거죠. 거래소, 중개인, 탈중앙화 금융까지 연방 규제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규제법처럼 들리지만, 업계 입장에선 달랐어요. 처음으로 가상화폐를 제도권 금융 상품으로 인정받는 법이니까요. 그러니 찬성이 많을 만했습니다. 실제로 1년 전 하원에선 찬성 이백구십사 표, 반대 백삼십사 표로 통과됐고, 민주당 일부도 손을 들었어요. 초당적 지지였습니다. --- 그런데 상원에선 달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가상화폐 업계 인사들을 직접 만나 이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달라고 촉구했어요. 여기까지는 정책 지지자로서의 행보였죠.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미국 정부윤리청이 공개한 재산 보고서가 있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한 해 동안 번 돈이 22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조 원입니다. 그 중 가장 큰 덩어리가 가상화폐 관련 사업에서 나왔습니다. 가족 소유 기업, 자신의 이름을 딴 밈코인, 스테이블코인 지분 매각. 세 갈래였습니다. 밈코인이 뭔지 잠깐 설명하자면, 특별한 기술적 목적 없이 온라인 인기에 기대어 가치가 형성되는 코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트럼프'라는 이름의 밈코인을 운영하고 있었어요. --- 여기서 뒤집히는 지점이 있습니다. 통상 제도권 편입 법안은 업계가 원하고 정치권이 망설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어요. 법안을 가장 강하게 밀어붙인 쪽이 대통령 본인이었고, 그 대통령이 동시에 법 적용 대상인 가상화폐로 수조 원을 벌고 있었습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시장이 활성화되고, 그 수혜를 가장 크게 받을 사람이 누군지 — 그게 표결장 안에서 반대표로 돌아온 거죠. 공화당 지도부가 수정안을 냈어요.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의 밈코인 발행을 제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민주당은 더 강한 조건을 원했습니다. 보유 규모가 일정 이상이면 처분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거였죠. 합의는 없었습니다. ---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1978년에 만들어진 미국 연방 윤리법에는 대통령에게 '이해충돌 가능성 있는 자산을 처분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없습니다. 법이 그렇게 생겨 있어요. 그러니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화폐를 보유한 채 관련 법안을 밀어붙여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가 없는데 법이 막혔습니다. 법이 아니라 정치적 신뢰가 발목을 잡은 겁니다. 그리고 상원 표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장중 5~7% 빠졌습니다. 관련 기업 주가도 줄줄이 내렸고요. 규제를 원한다고 했지만, 그 규제가 누구를 위한 건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 — 이게 지금 이 법안이 서 있는 자리입니다. --- 하나만 기억하셔도 됩니다. 클래리티법은 이번 회기, 그러니까 2026년 연말까지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워싱턴 정가는 보고 있습니다. 상원은 다음 달 5일 선거 운동을 위해 휴회에 들어가고, 의원들이 돌아오는 11월 9일부터 연말까지 극적인 합의가 없으면 이 법안은 내년 1월 새 의회 출범과 함께 자동 폐기됩니다. 법의 내용보다 법을 만드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먼저라는 걸 — 이번 표결이 보여줬습니다. ---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