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6 09:16 · 팟캐스트
시술 다음날 바르는 화장품, 톡신 기업이 만든다
피부 재생 등 애프터케어 부각에 자사 브랜드와 시너지 효과 강화 파마리서치, 美 CG USA 등 인수 올릭스·로레알 공동 R&A도 눈길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2026년 9월 14일 업계 취재를 기준으로 전해드립니다. 피부과 시술 회사들이 갑자기 화장품 회사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예요.
피부과 시술을 받고 나서 집에 돌아가는 길, 원장님이 건네준 종이 한 장이 있죠. "이틀간 세안 자제", "자극 주지 마세요", "보습 충분히 하세요". 그런데 구체적으로 뭘 발라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는 채로 약국 앞에 서본 적, 있지 않으셨나요. 시술은 정교해졌는데, 그 다음 단계가 애매한 거예요.
에스테틱 바이오 기업들이 바로 그 빈틈을 보고 있습니다. 보툴리눔 톡신, 필러 — 그러니까 보톡스 계열 시술로 돈을 번 회사들이, 그 돈을 화장품 쪽으로 돌리고 있어요. 시술 이후 피부장벽을 회복하고 재생하는 이른바 '애프터케어' 시장이 커지면서, 의료미용과 화장품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거죠.
접근 방식은 회사마다 달라요. 휴젤은 회사를 사지 않습니다. 기술만 삽니다. 라이선스인이라고 하는데, 다른 기업이 개발한 특허나 기술의 사용권을 돈을 내고 가져오는 방식이에요. 회사 전체를 인수하거나 자체 개발하는 것보다 필요한 기술만 빠르게 확보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게 휴젤 측의 설명입니다. 자사 화장품 브랜드 '웰라쥬'에 피부 전달 기술이나 새로운 원료를 붙이는 식이죠.
반면 파마리서치는 올해 7월에 미국 화장품 제조사를 직접 인수했어요. 북미에서 '리쥬란코스메틱'이 세포라와 아마존에 입점되면서 현지 수요가 실제로 늘고 있고, 그 수요를 소화할 생산 기반이 필요했던 거예요. 인수합병 후보를 추가로 검토 중이라고도 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에 띄는 게 있어요. 두 회사 모두 상반기에 현금성 자산만 이천억 원을 훌쩍 넘겼거든요. 휴젤은 이천오백억 원 넘게, 파마리서치는 이천이백억 원 넘게 쌓아뒀어요. 시술 사업이 그만큼 마진이 두텁다는 거죠. 통상 제약·바이오 기업이 연구개발에 현금을 쓴다면, 이 회사들은 지금 그 현금을 뷰티 밸류체인을 사는 데 쓰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시술 회사가 화장품 회사가 된다는 게 자연스러운 확장처럼 들리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계가 달라요. 피부과에서 쓰는 게 좋다고 해서 집에서 쓰는 것도 좋은 건 아니거든요. 이 융합이 진짜 효능 기반인지, 아니면 브랜드 신뢰를 이식하는 방식인지는 지금 시점에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올릭스라는 회사도 눈에 띄어요. 올해 6월에 로레알그룹과 RNA 기술 기반으로 피부·모발뿐 아니라 손톱 건강까지 공동연구를 확대하는 계약을 맺었어요. 바이오 기업의 기술력과 글로벌 뷰티 기업의 유통망이 만나는 또 다른 방식이죠. 인수도, 라이선스인도 아닌 공동개발이에요.
오늘 기억할 것 하나. 피부과 시술로 번 돈이 지금 화장품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는 겁니다. 시술과 화장품 사이의 경계가 지워지는 건 사용자에게 편리할 수도 있고, 또 혼란일 수도 있어요. 어느 쪽이 될지는 앞으로 이 회사들이 어떤 기준으로 제품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