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7 21:07 · 팟캐스트
“기은 본점 옮기면 중소기업 생산손실 최대 41조”
[지방이전 파급효과 보고서] 자금 공급 지연에 기업활동 위축 도소매·상품중개업 등 피해 집중 기은은 이전비용으로 2.4조 손실 인재 이탈로 경쟁력 저하 우려도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2026년 9월 17일 기준으로 나온 보고서 하나를 들여다볼 건데요. IBK기업은행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분석한 내용입니다.
지방 이전, 좋은 말처럼 들리잖아요. 균형 발전, 지역 활성화. 그런데 이 보고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
중소기업 하나가 급히 자금이 필요한 상황을 한번 떠올려보세요. 운전자금, 당장 이번 주 결제가 걸려 있는 거예요. 영업점에 신청했는데 담당자가 이렇게 말합니다. "삼백억 이상이라 본점 전결 사항입니다." 본점이 지금 서울에 있으면 현장 실사 나와서 담보물 보고 결정하는 데 며칠이면 되는 일이에요. 그 본점이 지방으로 내려가 있다면 — 그 며칠이 얼마나 더 늘어날까요.
---
이게 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중소기업의 71%가 수도권에 있거든요. 기업은행이 정책금융기관이기 때문에, 여신 심사 하나가 늦어지면 그건 시장 논리가 아니라 정책 집행의 문제가 됩니다. 도소매업, 음식점, 숙박업처럼 운전자금 회전이 빠른 업종일수록 며칠의 지연이 치명적일 수 있어요.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가 기업은행 노조 의뢰로 낸 이번 보고서는, 그 연쇄 효과를 10년으로 쌓아서 계산했습니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사십조 원에 가깝다는 숫자가 나왔어요.
---
그런데 저는 이 보고서에서 한 대목이 좀 걸렸어요. 자동차 업종 얘기예요. 보고서는 "자동차 업종의 중소기업 비중은 낮지만 협력 업체 경로를 통해 대기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했거든요. 흔히 이런 논의는 '중소기업 보호'라는 틀로만 읽히잖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중소기업이 흔들리면 그 위에 얹혀 있는 공급망 전체가 흔들린다는 거예요. 수혜자가 중소기업만이 아니라는 뜻이고, 반대로 피해도 중소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해요.
---
이번 보고서는 기업은행 노조가 의뢰한 거예요. 그러니까 이전에 반대하는 쪽에서 만든 분석이라는 맥락이 있죠. 그걸 감안하고 읽어야 해요. 다만, 한 가지 구조적인 질문은 남아요. 본점과 영업점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늘어났을 때, 현장 정보가 얼마나 빨리, 얼마나 정확하게 전달되는가 — 이건 비용 문제가 아니에요. 신용 판단의 질 문제예요. 보고서는 이 거리가 늘어날수록 "심사가 보수화된다"고 표현했는데, 보수화된 심사는 누가 가장 먼저 걸러지냐 — 담보가 약한 소규모 기업이잖아요. 그게 마음에 걸립니다.
지방 이전의 편익이 추상적이고, 손실이 구체적이라는 노조위원장의 말 — 그 말 자체도 한 쪽 입장이에요. 그런데 손실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쌓이는지는, 이전을 지지하든 반대하든 따져봐야 하는 질문이에요.
---
오늘 기억하실 게 있다면 이거예요. 기업은행 본사 이전 논의에서 '어디로 옮기느냐'보다 먼저 물어야 하는 게 있어요. "본점이 이전하면 300억 원 이상 여신 심사가 어떻게 달라지는가" — 그 한 가지 질문이 이 사안의 핵심에 가장 가깝습니다.
---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