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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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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7 21:21 · 팟캐스트

비상계엄 당시 위법 명령 소극 이행한 장교에 정직…法 “취소해야”

유재원 방첩사 대령, 상관 지시로 현장 출동 법적 검토 필요성 제기…잠수교 남단서 대기 法 “모든 군인에 단호한 항명 기대 어려워” “소극적 저항·회피도 사명 저버린 것 아냐”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2026년 9월 17일, 서울행정법원에서 나온 판결 하나를 이야기해볼게요. 잠수교 남단. 새벽 어느 시간, 한 대령이 차 안에 앉아 있었습니다. 출동 명령을 받았고, 한강을 건너지 않겠다고 말한 뒤 그 자리에서 대기했어요. 부하들에게는 출동 지시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부대로 돌아왔습니다. 유재원 전 국군방첩사령부 대령 이야기입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그는 상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았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와 여론조사 업체 현장으로 출동해 서버를 확보하라는 내용이었어요. 그는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수사 권한이 없는데 서버를 가져오면 문제가 된다,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요. 국회가 계엄 해제를 결의한 뒤에도 상관의 지시가 이어졌습니다. 시설에 들어가지 말고 원거리에서 대기하라는 명령이었어요. 그는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한강 이쪽에 멈췄고, 부하들은 끝내 현장에 가지 않았습니다. 국방부는 이걸 성실의무 위반으로 봤습니다. 계엄 해제 요구 이후에도 위법한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출동했다는 거였어요. 징계위원회는 정직 두 달을 의결했고, 그는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법원이 뭘 본 건지가요. 재판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말로 명령을 이행할 의사가 있었다면, 지휘 아래 가용병력을 신속히 편성해 전원을 출동시켰을 것이라고요. 그런데 그는 시간을 끌었고, 부하들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행위의 일부만 떼어내면 명령을 따른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 경위와 결과를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거죠. 그리고 재판부가 덧붙인 말이 있어요. "위법한 명령을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 이상적인 자세라고 할 수는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군인에게 위험을 무릅쓴 항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문장이 오래 남더라고요. 위계 안에서 사람은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단호하게 거부하는 것, 말처럼 쉽지 않거든요. 계급이 있고, 명령이 있고, 불복했을 때 돌아올 것들이 있으니까요. 재판부는 그 현실을 인정했습니다. 정면으로 거부하지 못하더라도, 이행을 늦추거나 부하들의 가담을 막는 방식으로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고요. 이게 이 판결이 만들어놓은 기준입니다. 근데 이게 동시에 질문이기도 하거든요. 소극적 저항을 법이 인정해준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그 기준이 어디까지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아요. 멈춘 위치가 잠수교 남단이 아니라 좀 더 북쪽이었다면 판결이 달라졌을까요. 부하 중 한 명이라도 현장에 갔다면요. 법원이 "전체 경위와 목적과 결과"를 본다고 했지만, 그 선이 어디서 그어지는지는 이 판결 하나로 다 나오진 않습니다. 오늘 기억할 것 하나만 남긴다면, 이겁니다. 법원은 항명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행위 전체를 봤어요. 어떤 의도로 움직였는지, 결과적으로 무엇을 막았는지를요. 위계 안에서의 소극적 저항이 법적으로 어떻게 읽힐 수 있는지, 이번 판결이 하나의 기준점이 됐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