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7 10:08 · 팟캐스트
임신 중지 약물이 이르면 내년 1분기 국내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약국에서는 받을 수 없습니다. 병원에 가서
■헌법불합치 7년만에 미프진 도입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이 선결과제 지연 땐 원내처방 2년서 추가 연장 의료진 역량·약물 확보 등도 관건 산부인과의사회 “형사처벌 우려”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2026년 9월 16일, 오늘 정부가 공식 발표했습니다. 임신 중지 약물, 미프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요.
약을 먹고 싶었는데 그 약이 없는 나라에 살고 있었다고 상상해 보시겠어요. 수술을 원하지 않았고, 덜 침습적인 방법을 원했는데, 선택지 자체가 없었던 겁니다. 이미 세계 수십 개 나라에서 쓰이고 있는 약이 국내에서는 허가조차 나지 않은 채로요.
2019년에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로부터 오늘까지, 꼭 칠 년입니다. 그 사이 임신 중지를 선택한 여성들은 법적 보호도, 의료 체계도 없는 회색 지대 안에 있었어요. 처벌 규정은 사라졌지만 대신 들어선 제도가 없었던 거죠. 정부가 오늘 그 공백을 채우겠다고 나선 겁니다.
도입 방안을 보면, 임신 아홉 주 이내에 사용할 수 있고요. 허가 절차가 차질 없이 마무리되면 이르면 내년 초 도입을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다만 이건 목표치예요, 확정이 아니라요. 처음 이 약의 허가 신청이 올라온 게 2021년이었거든요. 그때부터 따지면 다섯 해가 넘도록 심사와 보완이 반복됐습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도입이 확정된 게 아니라, 도입 절차가 시작된 거라는 점이요.
더 들어가면 구조가 보입니다. 초기 이 년간은 약국에서 살 수가 없어요.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하고 조제하는 방식으로만 가능합니다. 왜냐면 약사가 이 약을 조제할 경우 형법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거든요. 낙태죄에서 여성과 의사에 대한 처벌 조항은 효력을 잃었지만 약사는 다른 조항에 걸릴 수 있다는 법무부 해석이 있습니다.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그 문제가 해소되는데, 국회 논의가 어떻게 흘러갈지 지금 시점에서 확언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이 년이라는 기간이 자동으로 끝나는 게 아니에요. 법 개정이 늦어지거나 부작용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그 기간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예상과 다른 지점이 여기 있어요. 선택지가 생겼다는 게 곧 접근이 쉬워진다는 뜻은 아니거든요. 약국에서 살 수 없고, 어느 의료기관에서나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사실상 산부인과를 중심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은데, 어떤 의료기관이 참여할지, 그 체계를 어떻게 갖출지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오늘 성명을 내고 법적 공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입될 경우 처방하는 의사도 형사처벌 우려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반발했고요.
제도가 있다는 것과 그 제도에 실제로 닿을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도입이 발표됐지만 어디서, 어떻게, 얼마에 받을 수 있는지는 아직 열려 있어요. 법 개정 속도, 참여 의료기관 확보, 약사 처벌 문제 해소.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지연되면 접근 가능한 체계는 그만큼 늦어집니다.
한 가지만 기억하신다면 이겁니다. 오늘 발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에요. 약이 들어오는 것과, 필요한 사람이 그 약에 닿는 것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좁혀질지는 앞으로의 입법과 제도 설계에 달려 있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