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7 22:35 · 팟캐스트
SK, 9년 키운 웨이퍼 회사는 팔고 유리기판에 5900억 원을 넣습니다 🪟
[미래 투자 ‘선택과 집중’] SKC 글라스기판에 5900억 투입 에코플랜트는 팹건설~소재 망라 성장성 낮아진 웨이퍼 자본 회수 매각 대금은 첨단 산업에 재투자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2026년 9월 17일 기준으로 나온 소식입니다. SK그룹의 사업 재편 이야기인데요, 숫자 몇 개가 꽤 묵직하거든요. 차근차근 풀어볼게요.
어느 대기업이 9년 동안 공들여 키운 사업을 팔기로 했습니다. 글로벌 3위까지 올려놓은 반도체 웨이퍼 회사를요. 팔기 싫어서 판 게 아닐 겁니다. 그런데도 팔았어요.
SK가 SK실트론을 LG에서 사들인 건 9년 전 일이에요. 그때부터 웨이퍼 사업을 키워서 세계 3위 자리까지 올려놨거든요. 그리고 올해 7월, 두산에 넘기기로 했습니다. 매각 대금은 이조삼천억 원. 사 올 때 가격에 비하면 일조오천억 원이 넘는 차익이 생겼어요. 이걸 다르게 표현하면, 투자한 돈이 돌아오면서 그 위에 원래 금액만큼을 더 얹어서 받아가는 셈이죠.
그런데 이 돈을 주머니에 넣고 끝내려는 게 아니에요. 이 매각 대금이 반도체 투자 확대의 마중물로 쓰일 거라는 게 재계 안팎의 해석입니다. 즉, 하나를 팔아서 다른 곳에 쏟아붓는 구조예요.
그 '다른 곳'이 뭔지가 흥미롭거든요. SK의 계열사인 SKC가 올해 유리기판 사업에 승부수를 던졌어요. 유리기판이 뭐냐면, 지금 반도체 칩 아래에 깔리는 기판 대부분이 플라스틱 소재예요. 그런데 반도체가 점점 고성능화되면서 열에 약하고 잘 휘는 플라스틱 기판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거든요. 유리는 열에 강하고 평평하게 유지되니까, 더 크고 더 촘촘한 반도체 패키지를 얹을 수 있어요. 차세대 기판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그겁니다.
SKC는 미국 조지아에 자회사 앱솔릭스를 두고 이 유리기판을 만들고 있는데요, 아직 상업화 전 단계예요. 고객사들한테 신뢰성 평가를 받고 기술 검증을 진행 중이거든요. 그 단계에서 SKC가 이천팔백십억 원을 이 자회사에 출자하기로 결의했습니다. 9월 4일의 일이에요.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아직 돈이 나오지 않는 사업에 이 규모를 쏟아붓는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잖아요. 그것도 경기 불확실성이 있는 시점에. SKC 측은 "계획된 자금을 단계적으로 투입해 양산 준비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지만, 단계적이라는 말이 오히려 얼마나 긴 호흡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예상과 다른 지점이 하나 있어요. SK가 실트론을 판 게 '반도체에서 손을 뗀다'는 신호처럼 읽힐 수 있거든요. 글로벌 3위 웨이퍼 회사를 팔았으니까요. 그런데 실제로는 반도체 안에서 더 깊숙이 들어가겠다는 방향이에요. 웨이퍼는 팔고, 소재·가스·장비·인프라는 한 지붕 아래로 모으고 있거든요. SK에코플랜트가 그 집결지인데, 반도체 공장 짓는 회사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소재 회사, 가스 회사, 도판트 만드는 회사까지 품고 있어요. 파는 게 아니라 다시 짜는 거죠.
남는 질문은 이거예요. 유리기판이 언제 돈이 되는 사업인가, 하는 겁니다. 상용화가 언제 되느냐, 그 타이밍이 SK의 이 베팅이 맞는 결정이었는지를 가를 거거든요. 지금 시점엔 아무도 그 답을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고요. 재계 관계자가 말한 것처럼 "사업별 경쟁력과 투자 우선순위에 따라 자본을 보다 효율적인 곳으로 배분하려는 의도"라면, 그 판단이 옳았는지는 몇 년 뒤 유리기판이 양산 라인에 올라가는 순간 드러나겠죠.
오늘 기억할 것 하나만요. SK는 잘 키운 것을 팔아서 아직 안 된 것에 쏟아붓고 있어요. 그게 무모한 건지, 영리한 건지, 지금은 판단이 어렵습니다. 다만 그 방향만큼은 선명하게 잡혀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여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