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7 07:16 · 팟캐스트
로봇 팔이 점령한 조립라인…‘9분 완충’ 셀, 3초만에 뚝딱
■ BYD 샹양 배터리공장 가보니 축구장 150개 크기 초대형 단지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 심장부 단일 라인서만 하루 2만개 생산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이 이야기는 올해 9월 15일, 기자가 중국 후베이성 샹양을 직접 찾은 날을 기준으로 합니다.
축구장 백오십 개를 붙여놓은 공장을 상상해봅시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도 사람이 잘 보이지 않아요. 대신 노란 로봇 팔이 수십 대 움직이고, 딱정벌레처럼 생긴 무인 카트가 바닥을 누비고, 천장 가까이에서 크레인이 배터리를 실어 나릅니다. 이게 BYD 샹양 공장의 풍경이에요.
이 공장이 주목받는 건 속도 때문이에요. 2022년 1월에 계약하고 그해 12월에 가동을 시작했거든요. 착공부터 생산까지 열한 달. 사내에서도 '샹양 스피드'라고 부를 만큼 이례적인 속도였다고 해요. 그런데 이게 단순한 빠름이 아니에요. 샹양은 원래 내연기관차 도시였어요. 전체 공업 생산의 삼 분의 일을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곳이었는데, BYD가 진출하기 직전 해인 2021년에 완성차 이십만 대가 넘게 나왔지만 전기차는 단 한 대도 없었어요. 기로에 선 도시가 선택한 돌파구가 바로 이 공장이었던 거죠.
BYD는 이 공장을 기반으로 올해 3월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를 공개했어요. 리튬·인산·철을 쓰는 엘에프피 배터리인데요. 1세대는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33분이 걸렸어요. 2세대는 10%에서 97%까지, 그러니까 거의 완충을 단 9분에 끝냅니다. 전기차 충전을 꺼리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기다리는 시간이었잖아요. 그걸 정면으로 건드린 거예요.
이 공장에서 만든 배터리의 30%는 외부 고객사로 나가요. 그리고 샹양 푸디전지의 지난해 수출 생산액은 전년보다 165% 늘었습니다. BYD 전체 배터리 수출 증가율이 같은 기간 83%였으니까, 샹양이 두 배 속도로 커진 거예요.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사람들이 흔히 BYD를 "싼 전기차 만드는 회사" 정도로 기억하거든요. 그런데 셀 하나를 케이스에 밀어넣을 때 세 번에 나눠서 긁힘을 방지하고, 전해액을 주입할 때 오차를 1g 이내로 맞춘다는 게 단순한 물량 공세로는 설명이 안 돼요. 속도와 정밀함을 동시에 잡으려는 거거든요.
그리고 이건 BYD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같은 날 기자가 찾은 둥펑자동차 샹양 공장은 이미 전기차·하이브리드·수소차·천연가스차를 한 라인에서 섞어 만들고 있었어요. 둥펑은 한국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고요. 산업연구원은 "전기차·배터리·자율주행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밸류체인 경쟁력 우위를 확보했다"고 지적했어요.
오늘 기억할 것 하나만 고르면 이거예요. 속도가 기술이 됐다는 것. 열한 달 만에 공장을 짓고, 9분 충전을 만들고, 오차를 1g으로 줄인 것 — 이 모두가 연결돼 있어요. 빠르게 만들 수 있어야 빠르게 고칠 수 있고, 빠르게 고칠 수 있어야 더 빠른 다음 버전이 나오거든요. 이 흐름이 어디서 멈출지, 그건 아직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