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7 19:06 · 팟캐스트
회계장부에는 4,770억 원짜리 회사로 적혀 있습니다. 같은 날 주식시장이 매긴 값은 767억 원이었습니다.
상반기 매출 2871억…568억 손실 현대百 영업익에도 악영향 미쳐 장부가 대비 지분가치 6분의1로 재고자산 회전율도 2.9회→2.4회 “구조조정 이후 수익성 개선될 것”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2026년 9월 17일 기준, 재무 수치는 올 6월 30일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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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리스 하나를 팔아서 얼마를 남길 수 있을까요. 아마존에 올라온 제품, 클릭 몇 번이면 다음 날 현관 앞에 도착하는 그 매트리스. 현대백화점그룹은 4년 전, 바로 그 구조를 사들이는 데 팔천칠백구십억 원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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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현대백화점은 지누스를 인수했습니다. 명분은 분명했어요. 아마존을 타고 미국 소비자에게 직접 닿는 온라인 판매망, 동남아 저비용 생산 구조, 거기에 현대리바트 같은 국내 리빙 계열사와의 시너지까지. 백화점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있었을 겁니다. 그 판단 자체가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당시 이커머스 침대 시장은 실제로 커지고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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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후 몇 가지가 연달아 어긋났습니다. 미국 가구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원자재 가격은 올랐고, 관세 부담도 커졌어요. 지누스가 원가 압박을 버티려고 가격을 올렸더니, 중저가에서 경쟁력을 쌓아온 브랜드가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가 먼저 돌아섭니다. 중동전쟁 이후 미국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도 그대로 실적에 꽂혔고요.
올 상반기 지누스 매출은 전년 대비 40%가 줄었습니다. 영업이익은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어요. 미국 조지아 공장 가동을 멈추고 인도네시아로 생산을 옮겼는데, 그 인도네시아 공장 가동률도 올해 상반기에 절반 조금 넘는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재고는 쌓이고, 현금은 나가고, 갚아야 할 단기 차입금이 손에 쥔 현금보다 많아진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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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제가 좀 걸렸던 부분이 있어요. 백화점 본업은 오히려 잘됩니다. 올 상반기 백화점 부문 영업이익이 역대 상반기 최대였어요. 면세점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고요. 그런데 그룹 전체 연결 영업이익은 오히려 10%넘게 줄었습니다. 본업이 아무리 잘 달려도, 한 계열사가 발을 붙들고 있으면 숫자가 그렇게 나옵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이 분석한 내용을 보면, 가구 제조 부문이 그룹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열네 퍼센트도 안 됩니다. 그런데 영업이익에 기여하는 숫자는 마이너스 이십팔 퍼센트 수준이에요. 비중보다 훨씬 크게 발목을 잡는 구조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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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에서 마음에 계속 걸리는 건, 타이밍의 문제입니다. 인수 자체가 나쁜 판단이었는지, 아니면 운이 나빴는지. 관세, 전쟁, 소비 심리 위축, 이런 변수들은 인수 당시 아무도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을 거예요. 지누스 측은 지금도 일시적인 상황이라고 보고 있고, 2분기를 저점으로 아마존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이 완화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설명이에요.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아닐 수도 있고요. 장부에 남은 금액과 시장이 실제로 인정하는 금액 사이의 간격이 지금 이 정도라는 건, 시장은 아직 기다리고 있지 않다는 신호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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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기억할 것 하나만 남긴다면 이겁니다. 좋은 사업 구조를 사들이는 것과, 그 구조가 계속 작동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거예요. 외부 환경이 바뀌면 인수할 때의 논리가 그대로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누스가 결국 턴어라운드에 성공할지, 아니면 그룹의 짐으로 남을지, 그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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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