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8 23:11 · 팟캐스트
제주항공, 건물 사는 돈 다 내고도 소유권은 못 가져갑니다 🔑
제주항공서 515억 일시 선납받아 매매 대금 521억 중 6억만 부담 자산가치 상승 기대 등 실익 포기 계열사의 지주사 우회 지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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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2026년 9월 18일, 오늘 오후에 나온 소식입니다.
서울 강서구, 공항 가는 길목에 건물 하나가 있습니다. 내년 상반기에 제주항공 직원 오백여 명이 들어올 예정인 신사옥이죠. 그런데 이 건물의 등기부에 찍힐 이름은 제주항공이 아닙니다.
제주항공이 이 건물을 사는 데 쓴 돈이 얼마인지, 잠깐 따져볼게요. 건물 매입가가 오백이십일억 원입니다. 제주항공이 선납하기로 한 임대료가 오백십오억 원이에요. 차이가 여섯억 원이에요. 그러니까 제주항공이 매입 대금의 99%를 댄 셈인데, 건물 소유권은 지주사인 AK홀딩스에 갑니다. 제주항공은 세입자가 됩니다. 사십 년 치 월세를 미리 낸 세입자로요.
왜 이런 구조가 됐을까요. 판단보다는 상황을 한번 놓아볼게요. AK홀딩스는 올해 주력 계열사인 애경산업을 매각했어요. 배당 수입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그 시점에 서울 강서구에 건물 한 채를 샀는데, 정작 본인이 직접 조달한 돈은 여섯억 원이에요. 나머지는 계열사 제주항공이 먼저 낸 임대료로 채웠습니다. 돌려줄 의무도 없는 돈으로요. 기사에서는 이걸 갭투자에 비유합니다. 남의 보증금으로 집 사는 거랑 닮았다는 거죠. 다만 갭투자는 나중에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지만, 이 구조에선 임대료를 돌려줄 필요 자체가 없습니다.
이게 한 회사만의 얘기가 아닌 이유가 있어요. 제주항공은 코스피에 상장된 회사입니다. 소액주주들이 있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지금 제주항공의 재무 상황이 좋지 않거든요. 올해 2분기에만 영업 적자가 사백오십억 원가량 났어요. 고유가 때문이었고, 중동 정세가 좋지 않으니 저비용항공사 전반에 걸린 부담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거기에 이날 제주항공은 임차 결의와 같은 날, 연 7.5% 금리로 천억 원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채무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요. 고금리로 돈을 빌려야 하는 회사가, 같은 날 오백억이 넘는 임대료를 일시불로 내기로 한 거예요.
여기서 제가 걸렸던 대목이 하나 있어요. 제주항공도 이 거래에서 완전히 손해만 보는 건 아니거든요. 장기 임대료 상승 위험을 미리 잠갔고, 보증금 없이 들어가고, 우선매수권도 확보했다는 게 공시에 나와요. 맞는 말이에요. 그런데 IB 업계 관계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유동성 확보가 목적이었다면 40년 선결제 대신 5년·10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게 합리적"이라고요. 그 이점들, 직접 건물을 샀어도 다 누릴 수 있는 것들이에요. 오히려 자산 가치 상승 이익까지 가져가면서요. 같은 돈으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는데, 왜 이 구조를 택했느냐는 질문이 남는 겁니다.
이번 거래에서 마음에 걸리는 건 구조의 완결성이에요. 두 계약이 하나로 묶여 있거든요. AK홀딩스가 건물을 못 사면 제주항공의 임대료 선납도 없던 일이 된다는 조건이 공시에 명시돼 있어요. 개별로 보면 각각 설명이 되는 거래들인데, 묶어서 보면 지주사가 여섯억 원으로 건물을 취득하는 구조가 완성됩니다. 이게 그룹 전략인지, 아니면 계열사 우회 지원인지 — 지켜보는 시각은 이미 갈려 있어요.
오늘 기억할 것 하나를 고르면 이겁니다. 거래는 각각 따로 볼 때와 묶어서 볼 때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올 수 있다는 것. 공시는 개별 공시지만, 그 안에 조건이 연결돼 있어요. 투자자라면 그 연결고리를 읽어야 한다는 거죠.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