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8 18:17 · 팟캐스트
에스티팜이 913억 원 계약을 맺었는데, 상대는 이번에도 비밀입니다 🙈
공시 기준 올해 누적 수주 2635억 기록 “빅파마·바이오텍 협력 더 확대할 것”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이천이십육년 구월 십팔일 기준, 오늘 오전 공시로 나온 이야기입니다.
어느 제약사 구매 담당자가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신약 하나를 만들려면 원료부터 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올리고 핵산이라는 원료, 만들 수 있는 곳이 전 세계에 많지 않거든요. 그 담당자가 결국 한국 회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에스티팜입니다.
올리고 핵산이라는 게 뭔지 잠깐만요. 짧은 염기서열의 핵산, 쉽게 말하면 유전자 수준에서 작동하는 치료제의 원료예요. 만들기도 어렵고, 품질 관리도 까다롭습니다. 에스티팜은 이걸 위탁 생산하는 회사, 즉 씨디엠오(CDMO)입니다. 신약을 직접 팔진 않지만, 그 신약을 만들 수 있게 원료를 공급하죠.
오늘 발표된 계약은 구백십삼억 원 규모입니다. 에스티팜이 올리고 핵산 원료의약품으로 단일 계약을 맺은 것 중 역대 최대예요. 상대방은 미국의 글로벌 바이오텍이라고만 밝혔고, 어떤 약인지, 어떤 질환에 쓰이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역대 최대 계약인데 상대방을 왜 공개 못 할까. 보통 이쪽 업계에선 임상 단계나 계약 내용이 알려지면 경쟁사에 정보가 넘어갈 수 있거든요. 공개 못 한다는 것 자체가, 이게 꽤 민감한 파이프라인이라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숫자 하나만 감각으로 옮겨볼게요. 구백십삼억 원, 에스티팜의 지난해 연간 매출에서 거의 사 분의 일에 해당합니다. 계약 하나로, 일 년 매출의 사 분의 일이 들어오는 거예요. 그것도 올해 세 번째 대형 계약으로요.
올해 일월에 하나, 삼월에 하나, 그리고 오늘 또 하나. 석 달 텀으로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공시 기준 누적 수주만 이미 이천육백억 원을 넘었어요.
그런데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게 단순히 에스티팜 혼자 잘해서인 것만은 아닐 수 있어요. 올리고 핵산 치료제 시장 자체가 지금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거든요. 희귀 유전 질환, 심혈관, 신경계 쪽에서 기존 방식으로 못 잡던 타깃들이 이 기술로 열리고 있습니다. 수요가 먼저 생긴 거예요. 거기에 공급할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다 보니, 이미 트랙 레코드가 있는 에스티팜한테 계약이 몰리는 구조인 겁니다.
그렇다면 이 상황이 지속될까, 이게 제가 마음에 걸리는 지점입니다.
씨디엠오 시장은 한번 파트너십이 맺어지면 쉽게 바꾸기 어렵습니다. 원료 만드는 공정 자체를 공유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초기 계약을 따낼 때가 사실 가장 중요해요. 에스티팜이 말하는 "초기 개발 단계부터 허가까지 올인원"이라는 전략이 그 논리거든요. 한번 들어오면 쉽게 못 나간다는 거죠.
그런데 역으로 보면, 이 의존성이 리스크이기도 합니다. 상대 바이오텍이 임상에서 실패하면, 계약은 그냥 사라집니다. 구백억짜리 계약이라도요. 오늘 발표된 계약 역시 어떤 적응증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 임상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기억할 것 하나만 남긴다면 이거예요. 에스티팜이 오늘 역대 최대 계약을 땄다는 건 사실이고, 올해만 세 번 연속 최대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씨디엠오는 원료를 납품하는 회사예요. 그 원료로 만든 약이 결국 시장에 나와야, 계약이 계약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오늘 숫자보다, 그 약들의 임상 결과가 더 중요한 숫자일 수 있어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