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8 08:49 · 팟캐스트
설비는 섰는데, 원료 공장은 설계도에서 멈췄다
2021년 5월 투자 발표 이후 5년여만 대산 H&L어드밴스드에 6000억 출자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2026년 9월 17일, 롯데케미칼이 이사회를 열었습니다. 오늘 나온 공시 내용인데요 — 오늘 이야기는 거기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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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 하나를 상상해 보시겠어요. 다 마신 뒤 분리수거함에 넣습니다. 그 병이 다시 페트병이 되는 과정 — 그게 이 프로젝트가 하려던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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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은 2021년 5월, 울산 공장 안에 폐PET를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해중합이라는 공정인데요, 쉽게 말하면 페트를 원료 상태로 되돌린 뒤, 거기서 다시 페트를 만드는 겁니다. 단순히 잘게 녹여 다시 굳히는 게 아니라, 분자 수준에서 분해했다가 새로 조립하는 방식이에요. 국내에서 이걸 처음 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투자 규모는 약 천억 원. 2024년 6월 완공이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그 시점이 지나도 공장은 서지 않았고, 완공 목표는 2027년 말로 밀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예 철회가 됐습니다.
5년 걸린 결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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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됐는지는 사실 업황을 보면 그냥 읽힙니다. 2022년 하반기부터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오래된 불황에 들어갔거든요. 저가 중국산 물량이 시장을 채우면서 국내 업체들이 설 자리가 좁아졌습니다. 롯데케미칼도 그 한가운데 있었고요.
실제 집행된 투자액은 166억 원. 천억을 계획했는데, 6분의 1도 안 쓴 셈이에요. 설계까지는 마쳤다고 하는데, 거기서 멈춘 겁니다.
오늘 이사회에서는 또 다른 안건도 함께 처리됐습니다. 사업재편을 위한 통합법인에 육천억 원을 출자하는 안건이었는데요 — 새로운 곳에 큰 돈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오래된 프로젝트를 정리한 흐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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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는 이 대목에서 한 번 멈추게 됐어요.
재활용 설비 투자가 철회되는 건, 단순히 한 회사의 투자 결정이 아니거든요. 화학적 재활용이라는 기술은 지금 전 세계 소재 업계가 공을 들이는 분야입니다. 플라스틱을 덜 만드는 게 아니라, 만든 걸 다시 쓰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흐름이에요.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려던 곳이 불황을 이유로 물러났다는 건, 이 기술의 경제성 문제가 아직 해결이 안 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업황이 좋았다면 이 공장이 섰을까요. 그랬다면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었을까요. 저는 그게 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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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측은 "향후 투자 재개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고 했습니다. 문을 완전히 닫은 건 아니라는 얘기인데, 이게 진짜 재개 신호인지, 아니면 그냥 남겨둔 말인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오늘 기억할 건 하나입니다.
좋은 취지의 투자도, 업황 앞에서는 5년 만에 멈출 수 있다. 그리고 그 멈춤이 시장의 문제인지, 기술의 문제인지, 아니면 타이밍의 문제인지 — 그건 한참 뒤에야 보이는 것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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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