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9 13:48 · 팟캐스트
국내 기름값은 묶여 있는데, 국제유가는 70달러대에서 120달러로 올랐습니다 ⛽
[석유 최고가격제 유지] 내달 17일까지 4주 더 동결 손실 보상 책정 예산 5.6조 달해 통제 장기화땐 소비억제 효과 뚝 국내와 국제가격 사이 괴리 커져 자칫 시장 가격결정기준 흔들릴 판 정유사 등 업계와 보상 놓고 이견도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2026년 9월 19일 0시부로 시행된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정부가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4주 더 연장하기로 했거든요. 추석을 앞두고 기름값을 묶어두겠다는 결정인데요. 이게 단순한 연장 발표가 아니라, 꽤 복잡한 셈법이 깔려 있어요.
주유소에 갑니다. 계산대에서 영수증을 받아드는 순간, 가격이 생각보다 많이 오르지 않았다는 걸 느끼시는 분들 있으실 거예요. 지금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는데, 주유소 가격은 그 움직임을 따라가지 않고 있거든요. 그 괴리를 메우는 게 바로 이 제도입니다.
정부가 정유사에 공급가 상한을 정해주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국가 예산으로 보전해주는 방식이에요. 3월 13일에 처음 시작해서 이제 7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재정경제부는 이 제도 덕분에 지난 8월 소비자물가가 약 0.5%포인트 낮아졌다고 설명했어요. 없었다면 물가 상승률이 3% 후반대까지 갔을 거라는 거죠.
추석 연휴인 24일에서 27일에는 고속도로 주유소 기름값도 리터당 백 원 더 낮추기로 했고, 유류세 인하 조치도 11월 말까지 두 달 연장한다고 했어요. 명절 앞 민생 부담을 최대한 누르겠다는 판단인데, 여기까지만 보면 나쁘지 않은 결정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게 한 가정의 기름값 문제가 아닌 이유가 있어요.
이 제도를 유지하는 데 드는 돈이 올해 3개 분기 동안만 오조 육천오백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애초에 예비비로 마련한 사조 이천억 원을 훌쩍 넘어서 내년 예산안에도 4분기 손실보상분을 추가로 잡아둬야 했어요. 국민 전체가 나눠 부담하는 재원이 이미 거대하게 불어나 있다는 뜻이죠.
그리고 여기서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보통 가격 통제를 하면 소비를 억제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잖아요. 실제로 최고가격 자체가 높게 설정됐던 4월에는 휘발유 소비량이 전년보다 꽤 줄었거든요. 가격이 올랐으니까 사람들이 덜 쓴 거예요. 그런데 5월 이후 가격이 거의 고정되면서, 소비 감소 폭도 거의 줄지 않고 있어요. 가격이 보내야 할 신호가 차단되니까, 소비도 그냥 유지되는 거죠.
인천대 손양훈 교수는 "사람들은 가격 그 자체뿐 아니라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했어요. 가격이 올라야 아껴 쓰는데, 고정돼 있으니 그 조정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겨울이 오면 난방 수요까지 더해지는데, 그때도 이 상태가 유지된다면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예요.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보전해야 할 손실 규모를 두고 정부와 정유사가 아직 기준도 못 맞추고 있다는 거예요. 3월부터 6월 말까지 치분의 1차 정산이 9월이 지난 지금까지 마무리되지 않았어요. 정유사는 시장 기회비용까지 보상해야 한다고 하고, 정부는 회계상 원가 기준으로만 메워주겠다는 입장이에요. 제도는 7개월째 돌아가고 있는데, 정산의 기준조차 정해지지 않은 채로요.
재정을 쓰는 건 선택할 수 있지만, 얼마를 쓰는지조차 합의가 안 됐다는 건 이 제도의 무게를 우리가 아직 정확히 모른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오늘 기억할 것 하나만 남기자면 이겁니다. 가격을 눌러두는 것과 가격을 낮추는 건 다릅니다. 하나는 신호를 차단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신호를 바꾸는 거예요. 지금 제도가 어느 쪽에 가까운지, 그리고 그 비용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나누고 있는지 — 추석 귀경길 주유소에서 영수증을 받아들 때 한 번쯤 떠올려보시면 어떨까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