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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슈, 네 가지 시선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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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2 01:02 · 팟캐스트

406가구 마을, 빈집 10채가 목욕탕까지 만든다니요 🛁

■‘다자요’ 빈집재생 현장 가보니 소멸 위기구역 ‘스타트업 마을’로 빈집 장기 무상임차…개조·운영 6년전 실증특례 선정…11채 재생 “부담은 기업 몫…정부 지원 필요”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9월 17일 제주에서 열린 행사를 다룹니다. 기사는 9월 21일에 나왔고요. 녹슨 자물쇠를 열었더니 덩굴식물이 진입로를 뒤덮고 있었습니다. 문에는 한지가 다 뜯겨 뼈대만 남아 있었고, 바닥엔 지푸라기가 흩어져 있었어요. 제주 서쪽, 조수리라는 동네의 빈집 이야기입니다. 사백육 가구가 사는 마을입니다. 소멸 위기 지역으로 분류된 곳이에요. 빈집이 하나둘 생기는 건 어쩌면 예고된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그 빈집들을 다자요라는 스타트업이 열고 있습니다. 방식은 단순해요. 집주인에게 장기로 무상임대를 받아 숙소로 고치고, 여행자가 묵는 돈으로 운영비를 댑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비용 없이 방치된 집이 정리되고, 회사는 운영 수익을 냅니다. 그 사이에 마을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하는 거죠. 이 모델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에요. 2019년에 사업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농어촌민박 거주 요건을 어겼다는 지적이었거든요. 이듬해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쉽게 말하면 "법이 아직 없으니 일단 해보라"는 허가—를 받고 나서야 다시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제주에서만 열한 채를 고쳤습니다. 누적 이용객은 삼만 명을 넘었고요. 저는 이 대목에서 잠깐 멈췄어요. 삼만 명이라는 숫자보다, 어떻게 그 숫자가 가능했는지가 더 흥미로웠거든요. 숙소 중에 '하천바람집'이라는 곳이 있어요. 배우 류승룡 씨가 소장하던 물건들과 시상식 트로피가 놓여 있는 집입니다. 류 씨는 다자요가 어려움을 겪던 2019년에 크라우드 펀딩으로 인연을 맺었다고 했어요. 그 집의 최근 삼 년 평균 가동률이 제주 농어촌민박 평균의 두 배입니다. 팬이 찾아오고, 입소문이 퍼지고, 빈집이 숙소가 됩니다. 가구 브랜드 일룸은 다른 숙소에 가구를 무상으로 제공했어요. 회사 입장에서는 불특정 다수가 드나드는 공간이 쇼룸이 되는 셈이거든요. 공공재가 될 수 없는 빈집에, 기업들이 자기 이유로 들어오기 시작한 거예요. 이번에는 한 발 더 나아갑니다. 조수리에서만 열 채를 동시에 재생하는 사업이에요. 숙소, 창업가 주택, 카페형 오피스, 세탁방, 목욕탕. 이 다섯 가지가 연결되도록 구상됐습니다. 숙소에서 나온 침구는 세탁방에서 빨고, 카페형 오피스엔 워케이션 온 스타트업 직원들이 일하고, 목욕탕은 한경면에 없는 것을 채우는 역할을 합니다. 일흔다섯 살 이상 주민은 무료로 쓸 수 있게 할 거라고 했어요. 관광지를 만드는 게 아니라 마을에 없는 것을 채우겠다는 말, 저는 이게 이 사업에서 제일 선명한 문장이라고 느꼈습니다. 예상과 달랐던 건 정부 반응이에요. 보통은 먼저 제도를 만들고 기업이 들어오는 순서잖아요. 여기선 반대였습니다. 기업이 먼저 실증하고, 그 결과를 보고 나서 정부가 제도화를 검토하기 시작했어요.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등 네 개 부처가 '농어촌빈집재생민박업'이라는 업종을 새로 만들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그런데 다자요 남성준 대표의 말이 마음에 걸립니다. "실증 비용과 부담은 기업이 떠안고, 그 성과는 국가의 제도 자산이 된다"고 했어요. 실증에 쓴 비용을 연구개발비로 인정하는 식의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했고요. 제도가 만들어지는 건 좋은 신호입니다. 그런데 그 제도의 밑거름을 만든 곳이 제도가 완성됐을 때 경쟁에서 불리해진다면, 다음번에 똑같이 나서겠다는 기업이 나올 수 있을까요. 이건 다자요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어요. 오늘 이야기에서 하나만 가져가신다면 이겁니다. 빈집은 방치된 자산이기도 하지만, 제도가 없는 공간이기도 했어요. 그 사이를 먼저 걸어 들어간 사람들이 있었고, 그 걸음이 결국 제도의 밑그림이 됐습니다. 그 비용을 누가 어떻게 나누는지가, 다음 빈집 마을이 생겨날지 말지를 결정할 것 같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