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2 18:41 · 팟캐스트
미국에 들어설 원전 8기 중 2기가 한국형입니다 🔓
기존 지식재산권 분쟁 합의문 수정 WEC 반발했지만 미국 측이 설득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이천이십육년 구월 이십이일 기준으로 전해진 소식입니다. 한국형 원전이 처음으로 미국 본토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열릴 것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장면 하나로 시작해볼게요.
어느 나라가 원전을 짓고 싶어합니다. 설계도도 있고, 돈도 있어요. 그런데 선이 하나 그어져 있습니다. "여기엔 못 들어옵니다." 나라 이름은 한국, 그 선이 그어진 곳은 미국입니다.
APR천사백 — 한국이 개발한 대형 원자로입니다. 용량 천사백 메가와트급이에요.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에서 실제로 지어졌고, 지금 돌아가고 있습니다. 성능이 없어서 미국에 못 들어간 게 아니에요. 합의문 때문이었습니다.
한전, 한수원, 그리고 미국 웨스팅하우스. 이 셋 사이에는 SA라고 부르는 합의문이 있습니다. 원전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분쟁을 끝내면서 맺은 것인데요. 어디에 팔 수 있고, 기술료는 얼마이고, 어떤 조건을 지켜야 하는지를 정해뒀어요. 그리고 이 합의 안에 APR천사백의 미국 진출을 제한하는 조항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해는 가는 구도예요. 웨스팅하우스 입장에서 자기 안방에 경쟁자를 불러들이고 싶지 않은 거잖아요. 자사의 AP천 — 웨스팅하우스의 주력 원자로거든요 — 이랑 직접 맞붙어야 하니까요. 어렵게 맺은 합의를 굳이 흔들 이유도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미국이 원전을 대폭 늘리려 하고 있어요. 문제는 "직접 지어본 나라"가 많지 않다는 겁니다. 최근에 실제로 대형 원전을 완공해본 곳, 사실상 한국이 거의 유일합니다. 설계만 있는 게 아니라 지어본 경험이 있다는 게 전혀 다른 이야기거든요. 미국 정부가 이 지점을 봤습니다. 우리가 원전을 빠르게 늘리려면, 한국이 참여해야 한다고요.
그래서 웨스팅하우스에 합의를 고쳐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반발이 있었어요. 강하게요. 그래도 방향은 정해진 것 같습니다.
논의 중인 그림을 보면, 미국 내 대형 원전 여덟 기를 짓는데 — 웨스팅하우스 AP천 여섯 기, 한국형 APR천사백 두 기입니다. 두 기, 많아 보이진 않아요. 그런데 이건 숫자의 문제가 아니에요. 선이 처음으로 지워지는 겁니다. 합의에 예외가 생긴다는 건, 그 다음을 위한 입구가 생긴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이 대목에서 저는 한 가지가 좀 걸렸어요.
이번 기회는 삼천오백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그 흐름 속에 묶여서 만들어진 겁니다. 기술력만으로 문을 열었다고 보기엔, 조건이 꽤 특수해요. 미국이 필요해서 문을 연 거고, 한국이 투자를 앞세운 거고, 그 사이에서 합의가 움직인 거예요.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 문이 계속 열려 있을까요. 아니면 이번 한 번의 예외일까요. 그건 아직 모릅니다. 이번 합의 개정이 확정됐다는 것도 아직은 아니고요.
오늘 하나만 가져가신다면 이겁니다.
한국형 원전이 미국에 처음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됐다는 사실보다, 그 길을 막고 있던 게 기술이 아니라 합의문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합의문이 움직인 건 기술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이 먼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 이게 이 뉴스의 핵심이에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