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3 01:52 · 팟캐스트
유럽 점유율 55%에서 35%로, 정부와 민간이 8조 4,000억을 꺼냈습니다 🧂
[산업부 ‘배터리 산업기술 로드맵’] 정부 4000억에 민간 8조 투입 보급형·고성능 시장 동시 공략 2030년 상용화…로봇에도 적용 셀 3사 공동개발·표준화 추진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2026년 9월 22일, 바로 오늘 발표된 소식입니다. 정부가 배터리 산업 전략을 공식 발표했는데요 — 숫자만 보면 대규모 투자 계획이고, 그게 다인 것 같지만, 저는 이 발표의 속사정이 좀 더 눈에 밟혔어요.
스마트폰 충전기를 꽂으면서, 전기차 충전 대기하면서, 뭔가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에 — 배터리 얘기 한번 해봐요.
산업부가 오늘 서울에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그리고 소재 업체들을 모아놓고 로드맵을 내놨어요. 정부와 민간이 합쳐서 약 여덟 조 사천억 원을 쓰겠다는 계획이에요. 여기까지 들으면 "아, 또 대규모 투자 발표구나" 싶죠. 그런데 이게 단순한 투자 확대가 아니에요. 방향 자체를 바꾼 겁니다.
지금까지 한국 배터리 업계의 전략은 하이니켈 배터리, 그러니까 고성능 프리미엄 쪽에 집중하는 거였어요. 비싸더라도 성능으로 이긴다는 노선이었죠. 그게 꽤 오래 먹혔는데 — 2023년까지만 해도 유럽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절반 넘는 점유율을 갖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요. 2025년 기준으로 그 점유율이 삼십오 퍼센트로 내려왔어요. 불과 2년 만에 스무 퍼센트포인트가 빠진 거예요. 같은 기간 중국 업체들은 거의 예순 퍼센트를 넘겼고요. 시장이 바뀐 게 아니라, 판세 자체가 뒤집힌 거죠.
산업연구원의 황경인 연구위원 표현이 인상적이었어요. "전기차 캐즘 때문이 아니라, 주력 시장과 주력 제품의 경쟁력이 약해진 것"이라고 했거든요. 전기차가 안 팔려서 어려운 게 아니라, 팔리는 전기차 시장에서 우리 배터리가 밀리고 있다는 진단인 거예요.
그래서 이번에 꺼내든 카드가 두 가지예요. 나트륨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나트륨은 저가 보급형 시장을 겨냥해요. 리튬보다 원료가 훨씬 흔하고 싸거든요. 전기차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 쪽에도 쓸 수 있어요. 전고체는 반대로 고성능 쪽이에요. 지금 배터리에 쓰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를 쓰는 건데, 더 안전하고 더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죠. 전기차 외에 로봇, 드론, 도심항공교통 같은 데도 쓸 수 있어요. 두 방향을 동시에 키운다는 게 핵심이에요.
여기서 제가 좀 걸렸던 지점이 있어요.
이 발표의 배경 중에 에너지저장장치, ESS 수요 전망이 나와요. 산업연구원이 2035년까지 수요가 지금보다 여덟 배 가까이 늘 거라고 봤고, 특히 AI 데이터센터용 배터리 수요는 연평균 사십 퍼센트씩 성장할 거라고 했거든요. 전기차 이야기에 묻혀 있지만, 사실 이 숫자가 더 조용하고 더 빠른 변화일 수 있어요.
AI 서버를 돌리는 데이터센터는 전력을 엄청나게 먹어요. 그 전력이 잠깐이라도 끊기면 큰일 나는 구조예요. 그래서 무정전전원장치, 그러니까 배터리로 전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 이 시장은 중국과 싸우는 시장이 아니에요. 아직 판이 크게 열리지 않은 곳이에요.
이번 전략이 그쪽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건지, 아니면 일단 전기차 쪽 점유율 회복에 집중하다 보면 ESS도 따라오는 건지 — 그 부분이 저는 좀 더 궁금했어요.
전략이 바뀌는 건 맞아요. 투자 규모도 크고요. 그런데 전략을 발표하는 것과 실제로 시장에서 작동하는 건 다른 얘기거든요. 2030년 상용화 목표가 제 때 나올 수 있을지, 공동 개발에 참여하는 기업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실제로 조율될 수 있을지 — 이런 것들은 발표문 안에 있지 않아요.
오늘 기억할 것 하나만 고르면 이거예요.
한국 배터리 전략이 처음으로 두 방향을 동시에 열었다는 것. 프리미엄 하나만 고집하던 데서, 보급형과 고성능을 같이 키우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것. 그게 맞는 방향인지, 충분히 빠른지 — 그건 아직 모르지만, 방향을 바꿨다는 사실 자체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