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2 23:18 · 팟캐스트
9월 신규 회사채 41.8%, 만기가 3년도 안 됩니다 🧱
9월 들어 비중 41.8%로 급등 리스크 큰 장기물 회피 심리 SK리츠 등 1·2년물로 구성 기업 단기차입 의존도 커지면 시장 충격 때 대응 취약 우려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2026년 9월 22일, 한국예탁결제원이 이달 1일부터 21일까지의 회사채 발행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채권 담당자가 회의실에 앉아 있습니다. 5년짜리 회사채를 찍으려고 했는데, 투자자들이 고개를 젓습니다. "1년물은 되는데, 5년은 좀 어렵습니다." 그 말을 듣고 기업은 계획을 바꿉니다. 짧게 빌리고, 나중에 다시 빌리는 쪽으로.
이달 발행된 회사채 가운데 만기가 3년보다 짧은 상품의 비중이 사십일 점 팔 퍼센트였습니다. 6월엔 삼십이 퍼센트대, 7월·8월엔 이십대 중후반이었는데, 한 달 사이 껑충 뛴 겁니다. 2년 만에 40%를 다시 넘어선 거예요.
왜 이렇게 됐을까요. 미국·이란 분쟁이 이어지면서 고유가·고물가 우려가 커졌고, 미국 연준이 삼 년 이 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다시 올렸습니다. 거기에 AI 기술 격변, 미중 패권 경쟁까지 얹히면서 "5년 뒤 세상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분위기가 채권 시장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투자자들이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 장기물에 요구하는 추가 금리, 이른바 기간 프리미엄이 치솟은 거죠. AA- 등급 회사채 5년물 금리가 연초 대비 1%포인트 이상 올랐습니다. 그러니 기업 입장에서는 비싸게 장기로 빌리는 것보다 싸게 단기로 빌리는 게 당장은 나아 보이는 거예요.
그런데 이게 한두 기업의 선택이 아닙니다. SK리츠는 이달 수요예측에서 1년물과 2년물로만 구성했고, 10월 수요예측을 앞둔 롯데리츠도 1년 6개월물 위주입니다. 기업어음, CP 잔액도 지난해 말 이백사조 원에서 이달 이백십구조 원으로 늘었습니다. 시장 전체가 짧아지고 있는 거예요.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습니다. 단기로 빌리는 게 당장은 합리적으로 보인다는 점이요. 금리가 높으면 기간을 줄이는 게 맞고, 불확실할 땐 발을 짧게 내딛는 게 맞습니다. 개별 기업으로 보면 틀린 선택이 아닌 거예요.
그런데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어떻게 될까요. 2022년 레고랜드 사태가 그랬습니다. 회사채, CP, 단기사채 만기가 한꺼번에 돌아오면서 차환 발행이 막혔고, 현금이 적은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번 보고서에서 단기물 비중이 높아질수록 시장 충격 발생 시 신용 위기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채권 담당 임원이 직접 한 말도 기억에 남습니다. "채권 만기가 전반적으로 짧아지는 것은 시스템 리스크에 취약해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요.
단기로 빌리는 것 자체가 나쁜 게 아닙니다. 문제는 고착화됩니다. 모두가 같은 시기에 같은 방향으로 몰려 있을 때, 작은 충격이 큰 균열이 됩니다. 그 균열의 비용은 가장 현금이 적은 곳부터 치르게 됩니다.
오늘 기억할 것 하나. 합리적인 개인들의 선택이 모이면 때로 합리적이지 않은 결과를 만든다는 것. 채권 시장에서 지금 그 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