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3 23:00 · 팟캐스트
1홀에 160억 주고 산 골프장, 포스코가 다시 팝니다 🔨
매각 자문사에 딜로이트안진 국내 최고 몸값 골프장 ‘명성’ “저수익 비핵심 자산 정리 차원”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2026년 9월 23일 기준으로 나온 소식입니다. 포스코그룹이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매각에 나섰다는 이야기인데요. 숫자 하나를 먼저 꺼내놓겠습니다. 이 골프장, 홀이 열여덟 개거든요. 그 열여덟 홀 하나하나의 가격이 당시 160억 원을 넘었습니다. 국내 골프장 거래 사상 최고가였죠.
송도국제도시. 바다를 메워 만든 땅 위에 세워진 곳입니다. 그 안에 잭 니클라우스가 직접 설계한 코스가 들어서 있고, 국내 최상급 클럽하우스가 붙어 있어요.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퍼블릭 코스가 아니라 회원제입니다. 들어가려면 회원권이 있어야 하는 곳이죠.
포스코그룹이 이 골프장을 산 게 2022년이었습니다. 회원권 보증금 채무 약 이천삼백오십억 원을 떠안고, 현금 약 칠백억 원을 더 얹어서 총 약 삼천억 원을 썼어요. 왜 샀을까, 싶기도 하죠. 당시 포스코 입장에서는 프리미엄 자산 포트폴리오의 일환이었을 겁니다. 철강이라는 무거운 업종 옆에 명문 골프장 하나 두는 것, 나쁘지 않아 보이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다른 계산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포스코그룹이 이번에 내놓은 표현은 "저수익 비핵심자산 구조조정"이에요. 골프장이 저수익이라는 게 아니라, 핵심 사업 경쟁력에 집중하기 위해 주변을 정리하는 흐름이라는 거죠. 그리고 이게 포스코만의 일이 아닙니다. 대형 그룹들이 비핵심 계열사나 부동산을 처분하는 흐름, 요즘 꽤 뚜렷하게 보이거든요. 재무건전성이라는 단어가 실적 발표마다 앞에 붙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매각 방식이 수의계약이 아니라 경쟁입찰이라는 점입니다. 수의계약은 팔 사람이 사 줄 사람을 직접 고르는 방식이에요. 빠르게 처리하고 싶을 때 쓰는 방법이죠. 그런데 포스코는 그 방법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공개 경쟁으로 가겠다고 했어요. 이미 딜로이트안진을 자문사로 선정하고 주요 인수 후보들에게 투자 설명서까지 돌렸다고 하는데요.
투명하게 가겠다는 의지로 읽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어요. 삼천억 원에 산 것을 지금 얼마에 팔 수 있는지가 아직 열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거죠. 골프 산업이 팬데믹 이후 반짝 올랐다가 지금은 조정 국면이라는 이야기도 들리거든요. 최고가에 사서 지금 파는 것,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저는 이 사안에서 하나가 마음에 걸려요. 회원권 보증금 채무 약 이천삼백오십억 원을 인수자가 승계했듯이, 이번 매각에서도 그 채무가 다음 주인에게 넘어가게 되겠죠. 그 회원권을 들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선 주인이 누가 되느냐가 단순한 관심사가 아닐 수 있어요. 매각이 완료됐을 때 그 보증금의 안전성, 서비스 수준의 유지 — 이게 계약서에 어떻게 담기는지가 진짜 중요한 부분일 수 있거든요. 공개된 내용에는 아직 그 부분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 기억할 것 하나만 남기자면, 이겁니다. 최고가로 산 것이 반드시 최고가로 팔리지는 않는다. 그리고 팔리는 가격보다, 어떤 방식으로 파는지가 때로 더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